1편만 쓰고 말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플레이 일기 2편.

 드디어 S랭크 프리미션을 모두 클리어하고 인피니티 랭크만 남았는데, 프리미션의 인피니티 랭크는 캐릭터 레벨이 150 이상 되어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죽어라고 노가다를 하며 레벨을 올렸다. 뭐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이 게임도 레벨 100 이상 올라가면 1레벨 올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 어쨌든 겨우겨우 150도 찍고 이제 인피니티 랭크 달리기 시작. 그러나 이걸 깬다고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간의 플레이 기록을 스샷과 함께 ㅋㅋ

 추가 퀘스트인 붉은 싸움귀신인가 뭔가를 깨다 보면 옛날 PSO에 등장했던 레드 링 리코와 만나는 이벤트가 있다. 갑자기 어딘가로 워프해버린 주인공과 에밀리아 그리고 나기사는 폴로웬을 찾고 있던 리코와 만나고, 올가 플로우와 싸워 폴로웬을 구해내려 하지만 위기를 맞는다.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그들.


 아 중2병 연출 돋네요 ㅋㅋ 그래도 뭐 옛날 PSO 시절의 헌터들이 등장하니 반갑긴 했다. 이걸 깨면 레드 세이버를 비롯한 리코의 무기도 얻을 수 있고 나름 재미있다. 옛날 PSO 의 골수팬들은 설정 파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난 그닥 개의치 않는 편. 


 에피소드 2의 최종보스인 다크 팔스 디오스. 뭐 나름 멋들어지게 등장해주시지만...


 격파했다 ㄳ. 사실 이 퀘스트는 보스 자체보다 보스전까지 가는 길이 어렵다. 망할놈의 레이저 쏘는 놈들... ㅠㅠ 

 S랭크 후반쯤 되면 적들 중에서도 재미있는 놈들이 많이 등장한다.


 메카 라피의 강화형, "라피 마키나" 등장. 가로 세로로 종횡무진 로켓 분사를 하며 날아다니는 걸로도 모자라, 삘받으면 3단 승룡권까지 쓰는 무서운 놈이다. 


 쓰러뜨리면 죽은 척 하다가 저렇게 장엄한 모습으로 로켓을 분사하며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진다. 허세 쩔어요.


 본격 전국시대풍 라피, "라피 구라키". 하트같은걸 뿅뿅 날려대며 공격하는데 대미지가 엄청나다. 별거 아니라고 얕봤다가 요단강 건너갈 뻔 했음.

 이름은 쟈고라고 되어 있지만 누가 봐도 이 녀석들은 소닉어드벤처의 챠오다. 대체 이놈들이 여기서 왜, 어떤 조건으로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추가 퀘스트인 대난투 성령제(乱破犇めく星霊祭)의 보스 야오로즈. 생긴건 그럴싸하게 생겼지만 실상은 다크 팔스 디오스와 거의 같은 패턴. 다리 네 군데 중 특정 부분만 공격해야 하는 것도 같다.


 레벨 150을 넘김으로서 인피니티 랭크가 수주 가능해짐. 참, 힘들었다... (눈물)


 무기의 잠재능력을 끌어내 11단계로 올려주는 익스텐드 코드. 인피니티 랭크부터는 퀘스트 보상템으로 익스텐드 플래그먼트라는 아이템이 떨어진다. 이것은 모아서 교환 미션에 가져가 익스텐드 코드로 교환할 수 있다. 이제 전생따위 시키지 않아도 풀강화가 가능하다고! (눈물 #2)

 그간 얻은 템들.



 대검 "세상의 끝 ・ 인". 한번에 공격할 수 있는 적 수가 적어서 썩 좋은 검은 아니다. 레어도 13.


 대검 "트라디시온". 공격수가 +1인데다 특수 이펙트도 있고 세트 효과도 있는 좋은 검. 나기사가 후반에 자주 들고 다니는 초승달 모양의 대검인데 룩도 꽤나 멋지다. 레어도 14.


 쌍권총 "T 야스미노코프 2000H". 옛날 PSO 시절 눈에 불을 켜고 먹으러 다니던 야스미노코프 시리즈의 부활이지만 정작 성능은 그냥 그렇다. 레어도 11.


 S랭크 후반부터는 소켓 아이템도 루미라/루미라스급에서 한단계 더 올라간 페리/페릴급이 나오기 시작한다.


 딱히 체크도 잘 안하는 각종 빨간템과 무지개템 얻었을 때의 모습들. 요즘은 대개 한번 훑어보고 좋은거 아니면 상점행...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몬헌 서드와 더불어 PSP에서는 가장 최고급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이 아닐까 싶다. 보고 있으면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판스포 3은 VITA로 내주면 정말 환상의 그래픽을 보여줄 듯.








 


 전작 스크림 3으로부터 11년이나 지난 지금 뜬금없이 스크림 4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꽤나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21세기에 들어 괜찮은 호러 영화를 만나는 일은 점점 더 쉽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은 상당히 즐거운 영화였긴 하지만 코믹터치가 너무 강해서 정말 시원한 느낌을 받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4편의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감독이 누군가부터 확인했던 것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과 같은 찍어내기식 속편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였지만 여전히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을 맡고 있다는 점은 시리즈의 팬으로서 안심하게 되는 부분이었고, 실제로 감상한 본편은 11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여전히 날카로운 호러 영화이자 계속해서 시리즈를 진화시켜 나가는 훌륭한 속편이었다.

 한국에서는 무슨 아이폰 신형도 아니고 생뚱맞게 제목이 "스크림 4G"로 바뀌어 버려 영화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으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원제는 정확하게 "스크림 4"다. 스토리도 전작들로부터 충실하게 연계되며 주요 등장 인물도 그대로 출연하는 정통 속편이므로 안심해도 좋다. 

 대강의 스토리는 우즈보로 마을을 떠나 작가가 되어 유명해진 시드니가 자신의 책 출판 행사를 위해 우즈보로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돌아온 첫 날부터 고스트페이스 가면의 살인마가 다시 나타나고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던 이모와 사촌 질, 그리고 질의 친구들. 옛날 사건들을 함께 이겨냈던 보안관 듀이와 게일은 다시 닥쳐온 살인마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

 예전 시리즈에서도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민감하게 잡아내 적극적으로 반영했던 웨스 크레이븐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는 센스를 보여주는데, 휴대폰과 각종 휴대기기를 통해 직접 영상물을 만들고 바로 인터넷에 올려 방송하는 모습과 그것이 살인마의 범죄 행각과 연관지어지는 과정은 아주 현실감이 넘친다. 이런 기민한 현실 트렌드의 반영은 "슈퍼내츄럴"에서도 자주 보던 모습이지만 이쪽 역시 변함없는 노련미를 뽐내주기에 호러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울 따름. 한마디 덧붙이자면 한국 호러 영화에서 고질적으로 못 따라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 시리즈를 본 팬들이라면 스크림이라는 시리즈가 얼마나 자기 복제와 인용을 적극적으로 해왔는지 기억할 것이다. 2편에서부터 벌써 1편의 사건을 영화화했다는 설정으로 "STAB"이라는 영화 속 영화를 만들어 자기 인용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것이 스크림 시리즈다. 4에서는 이 "STAB"이 벌써 7편까지 나왔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안나 파킨과 크리스틴 벨. 내게는 엑스맨의 로그와 트루블러드의 수키, 그리고 히어로즈의 엘로밖에 기억되지 않지만 ㅋㅋ 이들은 STAB 6편을 보며 신랄한 비평과 조롱을 해댄다. 하지만 그것 역시 STAB 7편의 도입부.  


 우즈보로 마을에서 계속 살아온 사촌동생 질(엠마 로버츠). 미녀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번 4편에서도 발군의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 


 질의 친구인 커티(헤이든 파네티어). 호러 영화 매니아로 히어로즈 때와는 달리 터프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나온다. 다만 갈수록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이 안습... 크리스틴과 나란히 한 영화에 출연한다길래 히어로즈 패러디 씬이라도 나올까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은 없고 유쾌한 대사 한 마디가 있었음. "내가 초능력이라도 쓸 수 있는 줄 알아?" ㅋㅋㅋ


 매컬리 컬킨의 동생인 로리 컬킨. 극중에서는 질의 또다른 친구인 찰리 역으로 나온다. 얼마전 스콧 필그림에서 봤던 키에란 컬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또 다른 동생. 컬킨 집안도 참 Nerd 스러운 분위기로는 일가견이 있는 듯 -_-; 이 사진은 프리미어 행사장의 사진이라 나름 간지가 있는데 영화에서 보면 그야말로 완전 찐따다... 


 우리의 시드니 여사, 니브 캠벨. 73년생이라 이제 30대의 막바지로 달려가시는 나이인데 오히려 20대 때보다 더욱 매력적이 되시는 듯. 극중의 캐릭터도 그간 겪은 경험 덕분인지 차분하고 현명한 백전노장베테랑의 간지를 한껏 풍겨주신다. 

 슬슬 더워지는 6월. 그간 볼만한 영화가 없어 목말라하시던 호러 팬 여러분에게는 간만에 아주 좋은 작품이 될 듯. 여름밤에 맥주 한캔 하면서 보기에 아주 적절한 영화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초기의 시나리오 담당 테라다 켄지 씨가 FF를 떠난 이유와 크리에이터가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테라다 켄지(寺田憲史)

애니메이션, TV드라마, 영화, 게임, 만화, 소설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멀티 크리에이터. 각본가, 작가, 연출가, 프로듀서. TV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근육맨",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 "코브라", "캣츠아이" 등 다수. 소설로는 "신 오렌지로드" 전 3권이 베스트 셀러. 게임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3편까지). 저서로는 미국 체류기 "시애틀의 피터팬", 그리고 소설, 원작을 담당한 만화책 다수. 근저 "루카스를 넘어서 / 애니메이션 게임 비즈니스 창작술".


게임에 있어서의 스토리성이란 무엇인가

 "파이널 판타지 X" (이하 FF X)는 게임과 영화의 경계선을 더욱 더 애매하게 만들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원래 "FF"가 영화적이라고 평가되어 온 것은 그 게임의 시나리오, 즉 스토리의 전개가 드라마틱하게 발전해 왔기 때문에 듣게 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CG의 아름다움이나 영화적인 표현 기법만을 가지고 "영화적이다"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기 시작했다.

 만일 "영화적이다"라는 말을 "영상이 리얼하다"라는 말로 해석한다면, 하드웨어가 진화하면 모든 게임이 "영화적"이 될 수도 있다. 게임의 스토리성은 관계없이 말이다. 이런 식의 "영화적"인 소프트가 늘어간다면 스토리성이 최대의 특징인 RPG라는 장르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일단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메이커에게 요구되는 시나리오를 읽는 능력

 테라다 켄지 씨는 "FF" 시리즈 중 1~3편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 아마노 요시타카 씨와 함께 현재의 "FF"의 기반을 구축한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카구치, 아마노 두 사람은 현재도 어떤 형태로든 "FF"에 관여하고 있는데 반해, 테라다 씨는 4편 이후 완전히 "FF"에서 떠나버렸다.

 "FF 시리즈가 플스로 간 이후로는 전혀 터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네, 4편 이후로는 확실히 말해서 개인적으로 플레이한 적도, 할 마음도 없었습니다" 라고 테라다 씨는 말한다. 4편 이후로 "FF"와 결별해버린 것인데, 그 원인은 스퀘어 측과 테라다 씨 사이의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사고 방식의 차이였다.

 "3편까지는 시나리오나 캐릭터에 대해서 면밀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시나리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작품 전체에 대해서 권한을 가지게 돼서 말이죠. 그렇게 되니 엉망진창이 돼버려서, '그래, 이제 멋대로 하시죠'라는 느낌으로 떨어져 나왔어요."

 테라다 씨는 학생시절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시나리오를 써왔다. 또 동시에 영화 연출가로서도 여러 영화나 게임 제작회사와 함께 일을 해왔는데, 그 경험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읽는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만드는 경우, 그래픽이나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돈만 있으면 그 시대의 최신 기술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모으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시나리오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낡아버리는 성질의 물건이 아닙니다. 발상이라는 의미에서 시나리오 라이터는 "시대"를 읽을 필요가 있지만 말이죠. 그러니까 어떤 사람에게 의뢰를 할까, 어떤 안을 채용할까 하는 것은 그것을 결정하는 측의 "읽는 능력"에 따른 거죠."

 테라다씨는 현재 일본 게임 메이커는 근본적으로 그 "시나리오를 읽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의문을 품고 있다(이에 관해서는 그의 근저 "루카스를 넘어서"에 자세히 나온다).

 "물론 "읽는 능력"이라는 것은 "쓰는 능력"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읽는 측도 공부를 해야만 하죠. 그렇지만 모두들 그게 귀찮아서 연출에 의지하는 쪽으로만 치우쳐버려요. 최근 외형을 과도하게 중시한 영화 "비슷한" 게임이 나오고 있는 원인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게임은 사는 사람은 많아도 실제로 플레이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콜렉션 용이 되어버린 겁니다. 엔터테인먼트가 권위에 의지하게 되면 그걸로 끝이에요."

 또한 게임 제작의 총괄 권한을 가진 사람이 시나리오를 읽는 능력이 부족하면, 만드는 측인 크리에이터가 제멋대로 하게 놔주는 꼴이 된다고 한다. 테라다 씨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이라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때때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전문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가 있는데, 거기에서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칠판에 영화, 애니메이션, TV드라마의 각본, 희곡집 제목을 쭉 적어놓고 하나하나 '이것을 본 사람, 읽은 사람 있습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아마도 손을 들지 않아요. 모두들 그런것들을 접해오지 않은 거죠. 저 같은 경우엔 학생시절부터 그런 것들을 읽는 데에 열중해, 무의식적으로 작품 분석 같은 걸 계속 해왔는데 말이죠. 영화는 1년에 200편 본 적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림으로 말하자면 데생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며, 창작 활동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이라고 한다.

 "노력과는 다릅니다. 저도 그런 기분으로 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언제나 의식 밑바닥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이 되면 안된다'라는 마음은 있었어요. 내 강연을 멍하니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선 그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혼자가 되는 것을 겁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란, 당연한 말입니다만, 고독에 대면함으로서 창조성이 발휘된다고 생각해요. 혼자가 되어서 자신의 감성과 마주한다... 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FF"의 시나리오는 엉망이 될 겁니다

 그런데도 "테라다 씨 같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는다.

 "누구누구처럼 되고 싶다"라고 하는 건 안됩니다. 그래서는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스태프가 될 뿐입니다. 실제로 많은 프로 게임 개발자가 저희 집을 방문합니다만, 역시 그들 중에서도 게임 이외의 것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선은 게임 크리에이터라는 자각, 그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그래픽 디자이너 중에서 2D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연필로 기본적인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회의 자리에서도, '모델링을 하고 색까지 입히지 않으면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른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야기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이해하는 능력은, 시나리오 라이터도 포함해서, 크리에이터의 기본이에요. 좀더 잘하고 못하는 차이는 있더라도,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을 형태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대단히 중요한 겁니다. 그냥 그래픽 툴을 다룰 수 있는 정도라면,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갈 테니까, 일거리가 없어질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10년 후, 아니 수년 후 자기가 밥을 벌어먹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겠죠."

 그런 현상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항상 주위 상황을 생각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테라다 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FF"의 시나리오는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을 거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거나 할 일도 없겠고, 보고 싶지도 않지만, 감히 단언하겠습니다. 게임 메이커에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까요. RPG 뿐만 아니라, 게임은 시스템만으로 팔리기도 합니다만, 인간 드라마라고 하는 관점에서 봤을 경우는 이미 글러먹었습니다. 제작자 측의 오만입니다."


자신의 재능에 위기감이 없는 크리에이터

 테라다 씨는 현재 켐코에서 발매 예정인 게임큐브용 소프트 "BATMAN"에 감독, 시나리오, 그림 콘티를 겸임하는 형태로 관여하고 있다. 제작 활동의 거점은,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뉴욕, LA로 폭넓다.

 "저쪽의 크리에이터는 분석력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스케쥴이나 예산 관리 같은 것도 크리에이터의 영역이에요. 그 점이 일본과 다릅니다. 일본의 크리에이터에게는 늦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사고방식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예정보다 늦어진다는 것은 자기 분석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또, 일본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돈 얘기를 해선 안 된다는 풍조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가 돈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관여한 작품이 우연히 히트해서 돈, 돈 하는 사이비 크리에이터도 많습니다만(웃음)." 

 자기 건강 관리조차 크리에이터로서는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테라다 씨는 말한다. 이 의식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건 양국 간의 게임 작법의 차이가 원인입니다. 미국에서는 우선 하고 싶은 것, 만들려고 하는 것을 정한 뒤 스케줄을 짜고, 그 다음에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퀄리티까지 높여갑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크리에이터를 자유롭게 내버려두고 그 안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좋은 작품을 판다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요."

 미국의 게임 작법은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우선 처음에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정합니다. 즉, 그 작품의 테마입니다. 그 다음에 오프닝까지 역산하듯이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 전체를 구성합니다. 이것은 어느 장르의 시나리오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예로 들어, 전 26화라면 26화에서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몇년 전에 유행한 애니메이션처럼 시청자를 마지막까지 배신하고서 "뒷 이야기는 극장에서"라는 식은 안되죠. 처음부터 확실한 테마를 가지고 만들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작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일본의 크리에이터들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위기감을 갖지 않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결과로서 게임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 문제에 대해 테라다씨가 자기 경험으로부터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시나리오 디렉터는 많은 경우 연령적으로 40을 넘어설 즈음이 한계입니다. 그 사람이 쓸 수 있다 없다 같은 문제가 아니라, 시나리오를 요구하는 측이 젊으니까 대부분 잘 맞지 않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저는 예외중의 예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성격이라서 그럴려나(웃음). 그 후에는 소설가나 야한 만화 원작자로 전직하게 됩니다만, 그 모습은 비참해 보입니다. 그런 현실을 지금 개발 현장에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만큼의 위기감을 가지고 깨닫고 있을까. 저 자신이 "밝은 오타쿠"를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크리에이터 중에는 오타쿠 같은 사람이 많죠. 오타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폭이 좁습니다. 서양 사람들처럼 여자를 꼬실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적어요. 그런 사람들이 항상 그렇고 그런 미소녀 게임을 만들어 봤자, 역시 일부의 그 계층 사람들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재능에 불안감을 가지지 않는 게 신기해 보일 정도입니다. 자기의 감수성을 갈고 닦지 않으면서도 태평스러울 수 있는가 하고요."

 이렇게 된 것이 모두 게임 메이커의 책임만은 아니다.

 "감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매스컴이 이제 막 떠오른 크리에이터에게 몰려가 추켜세우는 것도 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테라다 씨 자신이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잘 알려진 우수한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소프트로 승부하는 시대에 기대되는 것

 최근 "게임에 질렸다"고 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질리는 것은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수없이 나돌기 때문이다. 확실히 게임 소프트의 매력을 전하는 것은 어렵다. 하드웨어처럼 그 성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니까. 요 수년간 계속된 차세대 하드 전쟁도 내년 초에 몇 가지 신 하드 발매를 계기로 잠잠해질 것이다. 그 다음엔 소프트 전쟁에 돌입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각 소프트 메이커가 같은 수준의 표현력을 손에 넣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어떻게 유저에게 호소할 것인가, 어떻게 개성을 발휘할 것인가. 그것이 열쇠라고 한다면, 게임 시나리오야말로 앞으로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어질 것이다. 그 때에는 분석력을 가진 크리에이터와 시나리오를 읽는 능력을 가진 게임 제작 회사만이 하드와 유저를 견인하는 타이틀을 낳게 될 것이다. (편집부)


 게임비평 2001년 11, 12월호에 실린 글 중의 하나. 당시로서도 꽤나 감명깊게 읽은 글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일본 게임들의 질적 하락과 침체 문제가 대두되고, 그 대표격으로 스퀘어와 FF13이 거론되고 있는 지금 다시금 읽어보면 정말 하나하나 되새겨지는 통렬한 지적들이 아닐 수 없다. 
 


 아이폰 구입으로 의도하지 않은 사과빠(...)의 길로 접어든 나. 아이팟, 아이폰, 맥미니에 이어 결국 아이패드2까지 지르고 말았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이것저것 지르게 되는 게 정말 많아지는 느낌. 따지고 보면 Beats 헤드폰/이어폰을 지르게 만든 원흉도 아이폰이었고 -_-; 그래도 각 라인별로 큰건 하나씩 보유했으니 당분간은 지를 일 없겠지. 

 확실히 아이폰을 쓰다 보면 큰 화면의 포터블 기기에 대한 욕구가 상승한다. 아이패드의 화면은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적절한 크기이다. 처음 발표시 이 크기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던 사람도 많았지만 실제 들고 써본 바로는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 갤럭시 탭의 7인치가 오히려 정말 어중간한 크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7인치는 7인치 나름의 효용성과 소비 포지션이 있겠지만, 휴대성 중시의 휴대폰과 큰 화면을 가진 웹서핑/멀티미디어 전용 장비로서의 타블렛 디바이스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의 장점도 완벽하게 취하지 못하는 어정쩡함은 지울 수 없다. 아마 그걸 알기에 삼성도 갤탭의 화면 사이즈를 자꾸 키우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아이패드에 대한 욕구가 계속 상승하던 중 아이패드 2의 발표는 결정적으로 내게 불을 당겼다. 높아진 사양, 길어진 배터리 수명, 얇아진 두께와 가벼워진 무게 등 모든 것이 좋아졌음에도 전 모델과 같은 가격이라니. 발표 이후 미국 현지 구매대행까지 고려하면서 발매를 고대하던 내게, 애플은 4월 중 발매 확정이라는 소식으로 화답했고 결국 나는 아침 8시 반에 강남 프리스비로 뛰어가, 200명을 넘는 구매 대기 줄에 2시간을 서서 기다려 결국 손에 들고야 만 것이다.
 

 열심히 아이폰에서 구매한 어플들을 옮겨담고 폴더 정리를 한 뒤 마이그레이션까지 마친 모습. 뿌듯하다 -ㅂ-

 이제 하루밖에 안 되었지만 사용해보며 느낀 점들을 좀 적어 보겠다.


1. "그거 그냥 아이폰 크게 만든 것 아냐?"

 아이패드를 사는 사람/사려는 사람/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맞다. 특별히 기능적으로 뭔가 다른 것도 아무것도 없고, 결국 아이폰을 크게 잡아 늘려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아이패드라는 물건이다.

 그러나 그 "크기의 차이"는, 막상 자신의 손으로 잡고 만지며 사용해보면 생각보다 엄청난 차이로 다가온다. B5 사이즈 노트만한 화면에 펼쳐지는 1024x768 해상도의 화면은 영화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웹페이지든 무엇이든 충분한 여유를 갖고 시원하게 펼쳐 보여준다. 이런 화면으로 어디서든 웹서핑과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는 수단이, 지금까지는 노트북밖에 없었다. 본체를 펼치고 전원을 켜고 OS가 부팅되기를 기다리고, 펼쳐든 본체를 잡고 터치패드를 긁어서 마우스 포인터를 이동시켜 더블클릭을 해야 했다. 그래도 밖에서, 카페나 지하철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일이기에 모두들 그 불편함을 참고 썼다.

 아이패드는 언제든 홈버튼 하나 누르면 바로 화면이 뜬다.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한번 눌러주면 바로 브라우저와 사진과 영상이 돌아간다. 스마트폰이 이런 세상을 이미 열어줬지만, 휴대폰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쾌적한 화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아이폰과 같은 시스템에 큰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가 제 몫을 찾아 자리매김하는 곳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아이패드가 아무리 휴대성이 좋다고 한들 주머니 속에 항상 넣고 다닐 수 있는 휴대폰에 비할 수는 없다. 아이패드는 "큰 화면을 가진기기"로서의 포지션 위에서 최대한의 휴대성을 추구했다. 이 설계 의도에 공감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물론 사용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충분히 성공적인 어프로치로 보인다.


2. 게임 개발자로서 너무나 매력적인 기기. 그러나...

 아이패드 2는 스펙상으로도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 아이폰과 함께 차세대 휴대 게임 플랫폼으로서 점점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고있는 중이다. 언리얼 엔진의 iOS 버전 발표와 그것을 사용한 Epic Citadel 데모, 그리고 많은 게이머들을 경악하게 했던 Infinity Blade의 발매는 게임 플랫폼으로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자리매김에 큰 무게감을 부여했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촉망받는 유망한 플랫폼임은 이미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게임을 즐기는 데에 매력적인 기기로 느껴지는 것은 단지 그런 스펙의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2001년에 처음 모바일 게임 회사에 들어가, 4색 흑백 액정에 나오는 도트 그림을 만들어본 이래로, 나에겐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휴대폰이든 MP3P든 뭐든 간에 액정 디스플레이가 존재하는 기기라면가 직접 만든 그림을 넣어서 그 색감과 화면의 느낌을 살펴보는 것이다.

 모든 액정 디스플레이는 각각 그 고유의 느낌이 존재한다. 단지 액정 표시방식에 의한 색감이나 픽셀의 크기에 따른 차이 외에도, 도트 피치의 차이나 백라이트의 질감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그 기기, 그리고 그 액정만의 독특한 화면 느낌이 만들어진다. PC에서 보는 원본 컨텐츠의 느낌과 액정 화면에 띄워서 그 화면을 보는 느낌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아이폰 3Gs도 이러한 액정의 느낌이 굉장히 고급스러운 축에 속하며,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포터블 기기 해상도의 상식을 파괴한 아이폰 4는 액정 자체의 느낌에 고해상도에서 오는 섬세함까지 더해져 거의 원본을 120% 이상 미화시켜 주는 효과를 낸다. 아이폰용 게임이나 컨텐츠를 만들어 본 디자이너들이라면 자신의 작업물이 PC 모니터상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 아이폰 4에 띄운 화면이 훨씬 보기좋게 나와서 놀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는 화면의 크기가 커진데다 1024x768이라는 해상도로 인해 아이폰 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같은 극도의 섬세한 맛은 없지만, 충분히 사용자를 만족시킬 정도의 훌륭한 화면빨을 제공한다. 

 다만 너무나 아쉬운 것은 이러한 훌륭한 스펙이 갖추어진 기기에서 아직도 충분한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입하자마자 한/미/일 3개국의 앱스토어와 각종 아이패드 관련 사이트들을 뒤져봤지만, 아이패드를 산 사용자가 기대할 만한 퀄리티의 게임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이 아이폰용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아이패드의 자체 확대출력 기능을 이용해 2배로 키워서 플레이할 수 있게끔 돼 있을 뿐이다.

 아마추어나 개인 개발자 - 주로 그래픽 인력을 구하지 못한 프로그래머 - 들이 만드는 졸라맨류의 게임을 제쳐놓고 보면, 퍼즐과 디펜스 장르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 어디서나 꺼내들고 플레이할 수 있는 아이폰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장르이지만, 아이패드와 같이 휴대성을 좀더 희생하고 큰 화면을 구현한 기기에서는 존재 의의가 약해진다. 적어도 아이패드를 구입한 게이머들이라면 좀 더 멋지고 본격적인 게임을 원할 것이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모바일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iOS용 게임을 만들고 있고 해외 마켓에의 런칭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빌의 제노니아와 같은 작품은 이미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게끔 되었다. 하지만...


 아이패드의 캡처기능을 이용한 다이렉트 캡처샷. 아이패드의 확대 기능을 이용해 꽉 차게 출력.


 확대 기능을 안 쓰면 이렇게 나온다. 작은 화면도 그렇지만 이렇게 출력되면 저 가상 버튼들을 터치하는 것도 아주 난감해진다.


 화면을 디카로 찍은 사진
 

 원래부터도 320x240 기준의 국내 피처폰용으로 만들어진 그래픽 소스를 아이폰의 480x320으로 잡아늘려 보여주는 방식인데다, 아이패드 해상도에 맞추는 작업도 되어 있지 않아 다시금 2배 확대 기능을 사용해야 겨우 화면에 꽉 차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보듯, 마치 옛날 도스 게임을 요즘 PC에서 즐기는 것처럼 엄청나게 튀는 도트의 화면을 봐야 한다.

 그나마도 아이패드는 하드웨어 자체적으로 아이폰용 어플을 2배로 늘려 보여주는 기능을 지원하니 이 정도이지만, 안드로이드 폰은 자체적으로도 해상도가 모두 제각각인데다 7인치, 8.9인치 등등 여러가지로 나오는 갤럭시탭에서 호환시키려면 그래픽 리소스의 해상도 결정에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특성상 확대/축소에 취약한 도트 그래픽은 고해상도 기기에서 좋은 퀄리티를 내기가 정말 어렵다. 리터칭을 하거나 아예 고해상도용으로 다시 그리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많은 작업량을 감수해야 하며 자잘한 해상도 변경에도 작업 자체를 항상 재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대다수의 한국 모바일 게임사들이 피처폰 시대의 도트 그래픽 기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4나 아이패드와 같은 고해상도 기기에 걸맞는 그래픽 솔루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아예 3D 인력을 영입해 풀 3D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취하는 회사도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만들던 회사에서 MMORPG의 3D 인력을 영입한다고 갑자기 충분한 퀄리티의 게임이 쑥 나오지는 않는다. 아이패드의 스펙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PC나 콘솔만큼 충분한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적인 3D의 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도트 이상의 2D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작업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도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려한 결과, 브러시 작업으로 리소스를 만들고 처음부터 1280x720의 HD 해상도를 상정해 작업해 오고 있는데, 아이폰 4에 이어 아이패드에서도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이것은 아이패드에서 캡처한 이미지.


 아이패드 화면의 디카 촬영.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기기를 위해 지불한 가격만큼의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아이패드는 충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는 스펙과 잠재력을 지닌 기기이며, 컨텐츠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그에 걸맞는 좋은 컨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애플 앱스토어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분포 덕분에 섣불리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기가 어려운 부분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모두가 주저하고 있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컨텐츠를 내놓을 적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이 보여주는 좋은 스펙에 비해 그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적절한 컨텐츠의 부재가 너무나도 아쉽다.

 ...나도 얼른 만들어야지.
 몬헌에 이어 PSP에서 요즘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이것. 원래 드캐시절부터 PSO의 팬이었던 나인지라 갓이터 같은 아류작(...)들 보다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가깝다. 전작인 포터블 2도 한참 재미있게 즐겼는데 이번에 나온 인피니티는 2의 확장팩 개념으로서 상당한 양의 추가 컨텐츠를 보여주는지라 아주 만족스럽다. 상대적으로 시리즈 중 가장 빨리 열기가 식어버린 느낌의 몬헌 서드보다 최근에는 이녀석을 훨씬 많이 돌리는 중.
 


 전작 포터블 2에서는 히로인 캐릭터로 에밀리아와 그녀에게 빙의되어 있었던 구문명인(旧文明人) 미카가 등장했었다. 이번 인피니티에서는 포터블 2의 스토리를 에피소드 1, 추가 시나리오를 에피소드 2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에피소드 2의 신 히로인으로 나기사(우측)와 그녀에게 빙의된 구문명인 와이날이 등장한다. 와이날은 등장하자마자 구문명인 특유의 저 복장 덕분에 에밀리아로부터 시종일관 "변태씨" 취급을 받는 중. 나기사는 인피니티에서 새로 추가된 종족인 듀먼족인데, 판타지스타 시리즈 고유의 종족이었던 뉴먼(일반적인 RPG의 엘프족과 비슷한 마법 사용에 능숙한 종족)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탄생한 돌연변이 종족이라는 설정. 그건 그렇다 쳐도 나기사의 캐릭터 디자인은 정말 작심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 맨날 기껏 게임 잘 만들어 놓고도 캐릭터 후지게 만들고 광고 제대로 못해서 말아먹던 옛날의 세가를 생각하면 정말 눈물과 함께 격세지감이... 


 이번 인피니티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포터블 2에서 잠깐 맛뵈기 정도로 나왔던 PSO의 추억 요소를 아주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날 PSO 유저들이라면 지겹게 잡았을 저 드래곤을 비롯해, 부마, 이빌 샤크, 새비지 울프, 시노워비트, 미사일 로봇 등 정겨운 몬스터들도 대거 출연한다.


 답습작이었던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청출어람과 마스코트 캐릭터인 아이루의 눈부신 활약에 자극을 받았는지, PSO의 마스코트 몬스터였던 라피도 다양한 배리에이션과 함께 돌아왔다. 위 사진에 구르고 있는건 무려 메카닉 라피(...)


 이런 점보 사이즈의 라피도 출동.


 PSO의 동굴 스테이지에서 등장하던 케익 가게도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과 함께 파워 업. KFC와 피자헛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안선생님 카넬 샌더스 아저씨도 등장. 이 아저씨를 한번 만나고 나면 상점에서 카넬 샌더스 복장도 구입 가능해진다(...). 물론 나는 사지 않았다 ㄳ.


 인피니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파고들 요소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인데, 특히 이번에 추가된 봉인무기들의 존재는 몬헌시리즈를 능가하는 중독성을 가졌다. 사진의 무기인 각인도 호오즈키는 본래 공격력 610 정도의 평범한 성능을 보여주는 검이지만, 이 검으로 몬스터 2천마리를 죽이면 위와 같이 푸른 불이 타오르며 봉인이 해제된다. 봉인 해제 후의 성능은 위에 보시다시피 발군. 문제는 호오즈키 하나만이 아니라 이런 봉인무기가 몇 개나 더 있다는 점. 

 기본적으로 모든 무기는 상점에서 10단 강화가 가능한데, 거기에서 11단으로 최종강화시킬 때에는 익스텐드 코드라는 아이템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익스텐드 코드를 얻으려면 챌린지 미션에서 엄청나게 좋은 기록을 내거나, 그게 아니면 캐릭터를 환생시킬 때 능력치를 계승에 쓰지 않고 익스텐드 코드를 구입할 수도 있다. 결국은 무기를 최종강화하기 위해서 캐릭터를 거의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한다는 소리. 봉인무기를 최종강화시키고 봉인 해제까지 하려면 정말 플레이타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봉인이 풀린 무기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미친듯이 플레이하게 되는 유저의 심리란... 정말이지 이번 인피니티는 그 기획의 규모나 치밀함, 완성도에 있어서 놀라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은 꽤나 열심히 플레이하게 될 듯.

 다음 기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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