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의 도쿄에서 전철타기에 이어, 이번에는 여러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볼까 한다.

 물론 물건 사는 거라는게 간단하다면 간단하기도 하고, 굳이 이런 말이나 표현같은거 몰라도 대충 바디랭귀지로 때울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 사는거 좀 뭐라고 말하는건지 알고 사면 더 좋지 않겠는가. 



 1. 기본 - 잔돈 준비와 관리


 물건 들고 계산대로 간다. 점원이 얼마라고 얘기하면 그 돈 내고 거스름돈 받으면 된다. 끝. (...) 

 사실 물건 산다는게 세계 어디서나 크게 다를 바 없고,  주는돈 거스름돈에 문제가 없다면 사실 별로 말 주고받을 필요도 없기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 소비세가 티나게 붙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건 가격이 한국처럼 몇천원, 몇백원으로 딱 떨어지는게 아니라 173엔, 514엔 이런식으로 그야말로 1엔 단위까지 전부 제각각이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한국 물건 가격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매번 지폐로 계산하다가 넘쳐나는 잔돈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참사를 막으려면 잔돈으로 가격을 맞춰서 계산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빠르게 물건을 사려면(특히 아침 출근시간대라든지) 계산대 가기 전에 미리 잔돈을 꺼내들고 있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그렇게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계산대에서 지갑 뒤적거려 잔돈 꺼내도 크게 상관은 없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참고로, 이런 특성 때문에 일본의 지갑은 위 사진에서 보듯 동전용 주머니가 따로 잘 준비돼 있는 경우가 많다. 



2. 줄서기와 순서


 한국도 간혹 사람 많은 편의점 같은 곳에서는 줄서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계산대에서 오래 줄서서 기다리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점원이 여러 명 있는 곳에서 계산 끝난 점원이 있으면 바로 그쪽으로 가도 사실 크게 상관없는 게 한국이다. 그러나 도쿄는 사람이 워낙 많고 줄 서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순서에 굉장히 엄격해, 몇 명의 점원 중 한 명이 계산이 끝났다고 해도 바로 그쪽으로 가면 점원이 "죄송하지만 줄 서신 순서대로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며 계산을 안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쿄에서 물건 살 때는 그냥 얌전히 줄 서라는 곳에 서서 순서대로 기다리는 게 제일이다. 



3. 봉투


 편의점이나 작은 가게의 경우, 한국은 물건을 살 때 따로 말하지 않으면 봉투에 넣어주지 않는게 보통이지만 일본은 철저하게 봉투에 물건을 넣어주는 게 기본으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따뜻하거나 렌지에 데운 음식(도시락, 오뎅, 호빵, 닭강정 등등)과 차가운 음식(아이스크림 등등)을 함께 살 경우, 각각 다른 봉투에 담아주는 것이 당연시 된다. 다만 온도차가 애매한 음식들의 경우 점원이 물어보기도 하니 이럴 때는 "같이 넣어주세요"(一緒で), 아니면 "따로 담아주세요"(別々で) 라고 말해주면 된다.



4. 포인트카드


 한국은 무슨 코스트코 이런데 아닌 이상에는 사실 일반적으로 물건 사면서 포인트카드를 열심히 주는데도 별로 없고 열심히 모으는 손님도 별로 없지만, 도쿄의 상점들은 정말 포인트 제도를 열심히 운영한다. 특히 큰 편의점이나 체인점들은 포인트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고 회원정보도 함께 기록해 필수로 관리하는 곳도 있으므로, 싫든 좋든 한두개 이상의 포인트 카드는 사용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T포인트 카드와 폰타 카드인데, 특히 T포인트는 실로 사용범위가 광범위하니 하나쯤 만들어 두는게 좋다. 패밀리마트, 츠타야, 도토루, 가스토 등의 주요 체인점이 T포인트 카드를 사용하며, 특히 츠타야에서는 회원증으로 사용하여 없으면 렌탈이 불가능하다. 한국 SKT의 T포인트와는 관계가 없다(...)


왼쪽 위가 가장 일반적인 T포인트 카드. 그 외에 T포인트 기능이 결합된 각종 신용카드도 존재.


가게에 이 마크가 보인다면 T포인트를 사용하거나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폰타 카드는 비디오/게임/만화책 렌탈샵 게오의 회원증이며, 이외에 KFC, 로손, HMV 등에서도 사용된다. 


 사실 일본에는 포인트카드가 진짜 너무너무 많다. 위 두 종류는 워낙 메이저이고 사용되는 곳도 많으니 괜찮지만, 기타 잡다한 포인트카드는 사실 있으나 마나한 경우도 많으니 본인의 이용 빈도가 낮다면 안 만들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이런 경우는 점원의 "포인트카드 가지고 계신가요(ポイントカードはお持ちでしょうか)?"라는 질문에 "괜찮습니다(大丈夫です)"라고 답하면 OK.



5. 식당


 커피숍이나 KFC 등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보통은 주문할 때 가장 처음 묻는 것이 "가게 안에서 드실건가요(店内でお召し上がりですか)?"이다. 보통은 네라고 대답하면 되지만, 포장해가고 싶을 경우는 "가져갑니다(お持ち帰りです)"라고 대답하면 된다.

 마츠야, 가스토 등의 간단한 식당 체인을 비롯해 작은 밥집들은 식권 자판기를 운용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요리의 이름을 잘 몰라도 사진 등으로 보고 판단하기 좋으므로 외국인이 사먹기에는 좀 더 편하다. 다만 일단 식권을 뽑으면 바로 주방에 주문이 들어가고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식권을 뽑은 뒤에 주문 취소는 원칙적으로 안된다. 주의하자. 

 요시노야 같은 곳은 대개 앉아서 밥먹는 곳의 메뉴와 테이크아웃 메뉴가 완전히 따로 분리돼 있고, 주문받는 장소도 다르다(테이크아웃 전용 계산대가 따로 준비돼 있고 주문도 거기에서 받는다). 모르고 일반 계산대에서 포장해 가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태가 벌어지니(...), 요시노야 같은 곳에서는 테이크아웃 계산대부터 먼저 확인하자.



6. 기타 유용한 표현


 - 전시품을 보고 맘에 들었을 때 전시된 물건 대신 새것을 달라고 할 때 : これ新品はありますか?(신품 = 신삔이라고 읽음)
 - 품절인가요? : 売り切れですか?(품절 = 우리키레라고 읽음)

 - 이거 재고 있나요? : 在庫ありますか?(재고 = 자이코라고 읽음)


 도쿄에 와서 산 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오늘은 한국인으로써 복잡하기 그지없는 도쿄 전철을 이용하는 데 있어 나름대로 얻은 노하우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도쿄 전철의 특징


 - 가장 큰 특징은 서울처럼 모든 노선이 모든 역에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라인이라도 열차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략 다음과 같은 종류의 열차가 있다. (정확한 분류는 다음 항목을 참조: http://bit.ly/1aiM5Ml)



  * 각역정차(各駅停車:카쿠에키테이샤) : 영어 표기로는 Local. 보통 줄여서 위 사진처럼 각정(各停)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열차로서 모든 역에 전부 정차하기 때문에 각역이라 불린다. 다만 그만큼 운행속도가 느리고, 역에 들어가기 전이나 역에 멈춘 뒤에 다른 빠른 열차의 운행을 위해 정차한 채로 몇 분씩 기다리기도 한다. 출근 등 빨리 가야할 경우에 잘못 타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 특급(特急:토큐우), 급행(急行:큐코) : 영어 표기로는 Express. 빨리 가는 열차. 이용객 수가 적은 역은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어떤 역에 서고 어떤 역을 지나치는지는 각 라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열차가 들어올 때 역사의 전광판이나 열차 내의 안내 전광판을 잘 확인해야 한다. 워낙 일본 전철이 종류가 다양한데다 날씨 등 외부 영향에 따라 운행 상황이 변동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광판을 항상 확인해야 하는 것은 도쿄 전철 이용의 기본. 



   * 쾌속(快速:카이소쿠) : 영어 표기로는 Rapid. 각역 열차 중에서 특정 시간대의 이용객이 적다거나, 특정 역의 이용객이 적어서 일부 역에 정차하지 않는 열차를 일반적으로 쾌속이라 부른다. 도쿄의 전철이 워낙 종류도 다양하고 사업자도 많아 실로 복잡다양한 이름의 파생형태가 있다. (예: 일반 쾌속보다 정차역이 많은 구간쾌속/B쾌속/준쾌속, 쾌속보다 정차역이 많은 특별쾌속, 신쾌속, 출근시간대에만 운행하는 통근쾌속/직통쾌속, 휴일에만 운행하는 홀리데이 쾌속 등등등)



   * 준특급(準特急:준토큐우) : 영어 표기로는 Semi Express. 두 글자만 표기되는게 보통인 열차 전광판에는 준급(準急:준큐우)으로 표기되는게 보통. 급행이나 쾌속보다 좀 더 정차역이 많은 열차. 


 이외에도 다양한 파생형태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대충 생략.


 - 2013년 기준으로도 대부분의 노선이 지상노선이기 때문에 날씨 및 천재지변에 취약하다. 전기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악천후시 선로에 낙뢰가 떨어질 확률이 높고, 다량의 비/눈, 지진, 태풍 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역이 매우 적고, 이용 인구에 비해 플랫폼 면적도 좁아 선로에 사람이 떨어지거나 열차에 부딪치는 사고(인신사고 = 人身事故, 진신지코)가 빈발한다. 


안그래도 사람 미어터지는 도쿄 전철인데 플랫폼이 좁디좁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근처는 사람 한명 겨우 걸어 다닐 정도의 공간밖에 없는 경우도 다반사. 

이런 주제에 스크린도어조차 없으니 사고가 안 나는게 이상할 것이다.


퇴근시간 신주쿠역의 사이쿄선 플랫폼에선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날 경우 사고 자체만이 문제가 아니라 열차의 운행이 상당시간 지연된다는 점이다(이러한 열차 운행 지연을 조정(お見合わせ, 오미아와세)라고 한다). 



인신사고 발생...


운전을 조정 중입니다... 이 안내가 뜨면 대략 낭패.


 대부분의 역에서는 문제가 발생해 운행지연이 생길 경우 역사 안내소에서 목적지를 물어본 뒤 확인권을 끊어주며, 이 확인권을 보여주면 다른 버스나 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요것이 확인권.


 다만 도쿄의 지역 넓이에 비해 시민의 이동 수단이 전철에 편중되어 발달된 경향이 매우 강하고(광역버스 등이 그다지 발달돼 있지 않다) 택시는 이용 요금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대체 교통수단이라고 해도 사실 크게 도움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겨울의 태풍/폭설 등 악천후나 인신사고로 인해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지장을 받는 일이 매우 많다.


 - 일본 특유의 규칙이나 룰을 중시하고 남의 것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문화 덕분에 도쿄의 전철 시스템 역시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사 건물의 증/개축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기존의 것을 최대한 부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은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여 역사적인 가치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것이지만, 그러다 보니 증축을 할 때에도 무리하게 덧붙이고 억지로 이어붙이는 것을 반복하게 되어,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신주쿠 역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지하 던전이 따로 없을 정도의 복잡한 구조가 되어 있다. (참고: http://bit.ly/16AKboS)


처음 보는 사람은 입이 벌어지는 신주쿠 역의 구조도. 이것도 사실 전부 다 나온게 아니다. 


 한국이라면 전부 때려부수고 처음부터 사람들이 오고가기 편리하게 싹 새로 짓겠지만, 그런 과감한 증/개축을 안(못)한다. 주변 건물이나 상가 등의 권리를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보통이지만... 이 때문에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의 스트레이트한 구조의 전철역에 익숙해 있는 한국인이라면 처음 도쿄의 전철역을 이용해 보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어쩌랴. 익숙해질 수 밖에... 특히 골아픈 것이 환승인데, 한국처럼 알아서 환승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나의 노선에서 개찰구로 나간 뒤 다른 개찰구를 통해 다른 노선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을 연락(連絡)이라고 하며, 환승하는 출구를 연락출구(連絡口)라고 한다. 


이것이 연락출구


 처음 도쿄의 전철을 이용하면 그냥 출구인 줄 알고 연락출구로 나가거나, 환승해야 하는데 그냥 출구로 나가버려 다시 요금 내고 들어와야 하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락"이라는 글씨가 보이면 주의하자.


 이동 동선의 문제 이외에도 가장 곤란한 점은 역사 자체 출구의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서울 전철역처럼 교차로 기준으로 출구가 설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번호로 출구를 일괄적으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쪽출구", "중앙출구" 하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표기되어 있어 알기가 더욱 어렵다. (참고 : http://bit.ly/1aiM5Ml) 

 물론 모든 역이 전부 신주쿠 수준의 난해함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전철역과 출구는 한국 전철에 비해 매우 알기가 어렵고 직관적이지 않으니 정신 바짝 차리는 게 좋다. 


 - 서울의 전철과 비교해 매우 다른 점이, 같은 노선 하나에도 위에 적은 것과 같이 다양한 종류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선로가 몇 개씩 배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뒤로 돌아가고 싶을 경우 꽤 멀리 이동해야 하는데, 이게 아주 고역이자 처음 도쿄 전철을 이용하는 한국인들을 애먹이는 경우가 많다. 



 잘못해서 역을 지나쳤을 경우 대부분의 서울 전철에서는 내려서 바로 반대편의 열차를 타면 뒤로 돌아갈 수 있다. 위 사진과 같이 왼쪽 선로에서 내렸으면 반대편, 즉 오른쪽 선로의 열차를 타면 간단하게 뒤로 돌아갈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자 익숙한 개념이다. 혹시 승강장이 분리된 역이라 하더라도, 계단 하나 올라갔다 내려오면 바로 반대 선로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도쿄 전철에서는 역을 지나쳐 버려, 역 하나 되돌아가고 싶을 때는 내려서 바로 반대편 열차를 타면 안된다. 


요렇게 타면 뒤로 돌아가는게 아니다


 위 사진처럼 반대편에 있는 열차를 타면 십중팔구는 가던 방향으로 더 가는 열차를 타게 돼버린다. 더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 노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급행이나 쾌속 같은 것을 잘못 타면 역 서너개를 더 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같은 역에 정차하는 전혀 다른 노선의 열차를 타버려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시간이 급할 때 이런 열차를 잘못 타 버리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정신적으로 대미지도 엄청나게 입는다. 


 더 골아픈 건 갈아탈 때 들어오는 열차가 같은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이 선로, 저 선로로 번갈아가며 들어오는 경우다(...). 분명히 같은 노선인데 홈에서 기다리는데도 열차가 안내된 시각에 들어오지 않아 어떻게 된건가 하고 봤더니 다른 선로로 들어오고 있었다. 도쿄 전철역에서는 정말로 안내판을 주의깊게 봐야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신주쿠 역의 쇼난신주쿠라인(湘南新宿ライン) 같은 것이 이런 대표적인 경우이다.


 - 열차 노선/종류에 따라 "XX량 편성"이라는 말로 열차 길이를 안내해준다. 문제는 이에 따라 승차 위치가 바뀌곤 한다는 점. 



 위 사진에서 보듯 같은 문에도 승차 위치가 열차 편성에 따라 달라진다. 가뜩이나 복잡한 러시 아워의 전철역에서 이걸 생각하지 않고 다른 승차위치에 서 있다간 줄 잘못 서고 한참 나중에 타거나 못 타는 경우도 생긴다. 보통은 그 전에 옆에 사람들 줄서는 거 보고 뒤로 가게 되지만(...) 하여간 도쿄 전철에서는 안내 전광판을 잘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전철을 탈 때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반 1회용 티켓(킷뿌きっぷ)을 끊거나, 교통카드인 Suica나 PASMO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요금이 대체로 한국보다 비싼 편이고, 토에이오에도선(都営大江戸線)같은 지하철은 일반 전철보다도 요금이 더 비싸므로 주의. 취업 등으로 오래도록 머물 사람이라면 정기권(定期券:테키켄)을 끊는 것이 좋다. 기본 1개월부터 끊을 수가 있고, 정기권에 설정된 구간 내에서라면 몇 번을 타도 상관없다. 



 Suica나 PASMO는 일반적인 충전식 교통카드이지만, 역사에 설치되어 있는 발권기에서 여기에 정기권 금액을 등록할 수가 있다. 왕복할 구간(출발역/도착역)을 지정하고 금액을 넣으면 카드의 표면에 위 사진처럼 설정된 구간과 금액, 유효기간이 인쇄된다. 잘 지워지거나 묻어나는 재질의 잉크도 아닌데, 매번 정기권을 갱신할 때마다 싹 지워지고 새로 인쇄되는 것이 신기하다. 



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발권기는 대체로 이런 형태.


보통 이런 화면으로 신규발급이나 갱신을 한다.


요렇게 금액을 넣고 충전한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충전하는 것도 가능(!). 

정기권의 경우 거리에 따라 금액이 1엔 단위까지 설정되곤 하는데, 

1엔 단위의 잔돈 투입이나 거스름돈 반환도 완벽한 어이없는 기계다.


이러한 교통카드의 발급/충전, 정기권의 발급/갱신 외에도 영수증의 발급이나 이용 내역의 인쇄도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만큼의 금액을 이용했고 언제 충전했고 하는 내역이 다 나온다. 어떻게 보면 좀 무섭다... 물론 일본은 워낙 교통비가 비싸서 회사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교통비를 지원받기 위한 근거 내역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도쿄의 연계버스에서도 Suica나 PASMO를 지원하고 있어서, 카드 한 장으로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편리해졌다. 특정 신용카드에 Suica나 PASMO의 기능을 결합한 것도 나오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서울 교통수단과 비교해서 크게 불편하진 않게 되었다. 다만 서울처럼 전철-버스간 30분 내 환승할인 같은 혜택은 없다(...).



2. 실제 이용시 팁


 - 위에 쓴 것처럼 도쿄의 전철은 서울과 비교도 안되는 복잡성을 자랑하기 때문에, 모든 역과 노선을 한번에 보여주는 노선도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전철을 이용할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도쿄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앱은 단연 이것이다. 


換乗案内(환승안내)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며, iOS/안드로이드판 모두 존재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출발역과 도착역명을 입력하면 최단 환승절차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물론 최소요금/최단시간 등으로 루트를 다르게 뽑을 수도 있고, 몇시까지 도착/몇시에 출발하는 루트나 첫차/막차 등도 안내된다. 2013년에 업데이트되면서 역 이름의 히라가나 표기가 추가되어 좀 더 외국인들이 알기 쉬워졌고, 환승시 몇번 선로를 이용하는가에 대한 안내도 추가되어 좀 더 이용이 편리해졌다. 회원등록시 안내된 루트의 바로 전/다음 열차 안내도 볼 수 있다.


 다만 서울 지하철 노선도 앱들처럼 한번에 모든 노선을 다 보여주는 직관적 방식이 아닌지라 바로 한눈에 알기 어려운 점은 어쩔 수 없고, 갑자기 일어난 인신사고나 운행조정에는 바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한계도 있다. 근접한 역이라 환승이 가능할 경우 '도보 몇분' 식으로 나오는데 이 경우 환승 부분에 역 이름이 2개 나와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복잡한 도쿄 전철을 이용하는 데에 가장 좋은 수단임엔 틀림없다. 


 1) 이 앱으로 일단 환승 시간을 확인한 뒤

 2) 역 내의 전광판을 보고 해당 시간의 열차가 몇번 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3) 해당 열차를 탄다


 이것이 도쿄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데에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다.


 - 정기권이나 교통신용카드가 아닌 경우 교통카드의 잔액이 모자랄 때에는 대개 개찰구 내에도 발권기나 정산기가 마련돼 있고 여기에 카드를 넣으면 모자란 금액이 표시된다. 잔액이 모자랄 경우는 당황하지 말고 주변에 발권기나 정산기가 있는지 찾아보자. 역에 따라서는 간혹 없는 곳도 있으므로 이럴때는 개찰 한쪽 구석에 있는 역무원에게 카드를 주고 "정산해주세요(精算お願いします)"라고 말하면 알아서 얼마 더 내라고 말해준다. 


요렇게 들어갑시다


참고로, 밖에서 역무원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이렇게 문을 열고(!) 직접 상담해 주기도 한다.

처음 봤을 때엔 어이가 없던 장면...


 - 도쿄의 전철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조용하며, 서울처럼 전철 내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매우 몰상식한 행위에 속한다. 전철 내에서 뭔가 연락할 필요가 있다면 메시지로 연락하는 것이 기본. 또한 노약자 우선석 근처에서는 휴대폰을 끄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다(페이스메이커 등을 사용하는 환자를 배려한 것인 듯). 일본인들도 사실 잘 안 지키는 부분이긴 하지만 간혹 꼬장꼬장한 노인들의 경우는 우선석 근처에서 휴대폰 만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괜히 해코지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하자. 


 - 한국처럼 절대적으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별로 없으며, 젊은이들도 노약자석에 곧잘 앉아서 가곤 한다. 한국인으로서는 꽤 마음 편한 부분일 듯. 다만 역시나 꼬장꼬장한 노인들에게 잘못 걸리면 짜증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적당하게 알아서 양보하자.


 - 전철역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고, 있다 하더라도 역의 크기나 복잡성에 비해 화장실이 적거나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장 단적인 예가 신주쿠 역. 그 거대한 역 전체에서 화장실 찾기가 손에 꼽을 정도. 큰 전철 역이 있다면 화장실의 위치는 숙지해 두는 것이 좋다. 


 - 도쿄의 경우 이용객이 워낙 많은데다 열차 자체의 폭도 좁아 러시아워 시간에는 한번 타면 한국 전철처럼 열차 안에서 이동해다니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철 타고 가면서 사람 만나는게 까다롭다. 한국이라면 승강장에서 기다리게 한 뒤 전화걸어서 "지금 들어오는 열차 타라"라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일본은 전철 내에서 전화통화도 무리이고, 휴대폰이 안터지는 구간도 종종 있는데다 위에 써놓은 것처럼 승차 위치도 열차에 따라 다른지라 참 골아프다. 웬만하면 열차 타고 가면서 사람 만나기보다는 그냥 밖에서 만나는게 정신건강상 이롭다.



 일단 이정도... 생각나면 나중에 더 추가하겠음.













 슬슬 일본에 온 지도 일주일. 처음 맞는 주말이 되었다. 가져간 가이드북을 보니, 주말에 요요기 공원에서 프리마켓 같은 것도 열려 꽤 재미있다고 하길래 카츠베씨와 함께 이번엔 요요기 공원으로.

 결론부터 말해 우에노 공원보다 이쪽이 백배 재미있다. 특히 일요일에는 일주일 내내 일에 찌들었던 도쿄의 젊은이들이 죄다 모여들어 온갖 볼거리를 가득 펼쳐 보여주므로 절대로 일요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공원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무리들이 출현. 거의 주말마다 출현하는 나름 유명한 인간들이라고 함 ㅋㅋㅋ

 사실 원래는 프리마켓 같은 벼룩시장을 보러 갔던 것이 제 1의 목표였지만, 약간 시간이 늦었는지 행사는 이미 끝난 뒤였다. 그나마도 그날 있었던 행사의 테마는 애완견용품(...). 늦지 않았어도 어차피 별로였겠구만 싶어 공원이나 돌아보기로 했지만...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때부터였다.


 웬 외국인들이 덤블링을 하고 있질 않나



 난타가 생각나는 막대기 퍼포먼스를 하는 애들이 있질 않나


 요상한 요요 비스무리한 걸 열심히 돌리는 애들도 있고


 부채춤 군무를 연습하는 애들에


봉고? 같은 퍼커션 세션을 연습하는 젊은이들에


 나이를 잊으시고 멋들어진 댄스 실력을 보여주시는 할아버지까지, 진짜 별 희한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구경하며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걸 느끼고 슬슬 출구 쪽으로 향하기 시작. 그런데 또 뭔가 시끄러운 함성소리와 마이크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려오길래 뭔가 하고 슬쩍 가봤다.


 관객석으로 둘러싸인 농구 코트. 여기에서는 시간대별로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아까 우리가 들었던 건 힙합퍼들의 랩 퍼포먼스.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도착했을 때쯤엔 끝나고 다음 이벤트로 넘어가고 있었다.

 뭔가 했더니 그냥 단체 춤 ㅋㅋ

 다행히 이 단체 몸부림(...)은 금방 끝나고 다음으로는 농구 시합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농구 시합이 재미있었던 게, 우선은 여자들의 경기였던 데다, DJ가 랩으로 경기 실황을 중계해주는 거였다. 경기 자체의 수준이야 그냥저냥인 수준일 수밖에 없었지만, 랩으로 중계를 하니 분위기가 상당히 신나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런거 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봤다.

 요요기 공원은 너무 재미있어서였는지 지금 보니까 거의 동영상만 있고 사진은 많지 않네... ㅋㅋ

 


 아메요코로 가기 위해 우에노 공원을 나서는 나.


 무슨 무에타이였나 킥복싱이었나 이종격투기였나... 암튼 그 써클 같은 곳에서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범쇼를 하고 있었다. 불쌍한 외국인이 걸려들어 맞을 준비를 하는 중(...). 나에게도 시합해보지 않겠냐는 권유가 왔지만 "괜찮슴다!"를 외치며 잽싸게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_-;
 

 
 우에노 공원의 반대쪽 나가는 길. 지금 보니 분수를 많이 찍었었군...


 이곳이 아메요코의 입구. 정말 한국에서 자주 보는 재래시장 분위기와 매우 비슷한데 그러면서도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져 참 재미있다. 우에노 공원의 재미없음을 여기서 보상 ㅠㅠ
 


 정말 신기했던 문어다리. 
 


 생선도 팔고...
 


  이런 화려한 티셔츠나 스카쟝도 판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생선덮밥집. 가격도 전체적으로 꽤나 괜찮은 편인데다
 


 500엔짜리 밥의 퀄리티가 이정도. 아주 맛있었다. 여긴 다음에 도쿄에 가면 또 가보고 싶은 곳 -ㅂ-



 배도 부르고 해서 적당히 거리를 걷기 시작. 그냥 거리가 아기자기해서 찍은 사진인데 지금 보이 저 흰 후드티 입은 친구는 꼭 하야미 모코미치 삘이네...


 고가도로 난간에 걸터앉아 있자니 해가 슬슬 지고 있었다.


 시타야 교회. 일본에서 교회를 본 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찍어봄. 다음에 갈 때는 성당도 한번 찾아봐야지.


 길 한복판에도 도리이가...
 


 원래는 아사쿠사까지 가 볼 생각이었지만 우에노 공원에 이어 아메요코까지 돌아다닌 하루였는지라 슬슬 허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 적당히 이쯤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넷째날의 목적지는 우에노 공원과 아메요코. 일단은 우에노 역에서 내려 뚜벅뚜벅.


 우에노 공원은 워낙 도쿄 가는 사람들이라면 많이들 찾는 곳이니만큼 사람도 많고 찾기 쉬운 곳에 있지만 솔직히 말해 전체적으로 큰 임팩트는 없는 그야말로 그냥 "공원"이다. 게다가 오래되어서 시설이 낡고 초라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과천 서울대공원보다도 재미가 없는 편이었다. 나처럼 몇 주씩 머무르거나, 누군가와 데이트(!)할 일이 있는게 아니라면 도쿄 여행 코스에서는 과감히 빼도 될 듯.

 그래도 난 이미 갔다 와버렸으니 사진이라도 올려야지...
 

 입구 앞의 도로쪽 전경. 외국인 가족이 공원에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 - 적어도 나에게 있어 일본의 공원이 재미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먹을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거의 타코야키나 야키소바 같은 아주 소박한 음식이 대부분이고 한국처럼 편의점 가득 패스트푸드점 득시글로도 모자라서 좌판아줌마들까지 잔뜩 진치고 있는 그런 먹거리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음료수도 한국에서는 편의점이나 매점 냉장고 안에 온갖 음료수가 가득하지만 도쿄의 공원은 팩에 든 주스 몇 가지와 お茶, 물 정도가 전부다. 간혹 콜라를 컵에 담아서 파는 곳도 있지만 이런 곳도 많지 않고. 한국이 정말 먹을것은 풍부한 나라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mixi를 비롯한 일본 웹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Hibiki인데 입구에서 발견 ㅋㅋ




 4월이라 날씨가 좋아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던 것은 좋았다.


 공원이 별거 없길래 공원 안에 있는 동물원도 들어가봤다. 사실 동물원도 별거 없었지만...



 취미: 늘어져있기 특기: 늘어져있기




 결국은 모노레일까지 타보는 나.



 무인열차는 아니고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가 운전하신다. 딱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서 달리는 모습 구경 ㅋㅋ


 사실 그나마 이 모노레일이 제일 재미있었는데 1분도 안돼서 끝나버린다 ㅠㅠ


 모노레일도 내려서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퍼포먼스 같은 걸 하고 있었는데 나름 유쾌했다 ㅎㅎ


 흐드러지게 핀 꽃.


 여긴 꼭 서울숲 같기도...


 한적한 산책길.


 이미 말했다시피... 민속촌을 연상케 하는 먹거리 골목.


 작은 신사. 거기 외국인 커플! 신사 앞에서 무슨 짓들이냐!


 한국 사람들 여행기 보면 자주 등장하는 손 닦는 물. 나는 똑똑해서 마시지 않았습니다 ㄳ.


 뭔가 가득가득 붙어있다. 


 관광객답게 이런것도 한번 찍어주고...


 신사의 조금 옆에 있던 불상. 다 좋은데 저 빨간... 머플러?; 는...


 이런 길은 참 좋았다.


 지금 보니 참 많이도 걸었네...


 이때는 이 우에노 공원의 신사와 도리 같은 것도 오 나름 멋있네 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카츠베씨가 구경시켜 준 신사에 비하면 그냥 흉내내기 수준일 뿐이었다.


 여긴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아마 일본식 정원? 혹은 절의 전시회 비슷한 뭐 그런 거였다. 오 그래도 볼만하겠군... 이러면서 들어가볼까 했지만 저 문을 지날 때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걸 알고 orz. 문 밖에서 사진 한방 찍고 미련없이 돌아선 나...

 우에노 공원에 총체적 실망을 하고 이어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메요코. 사진 용량이 모자라 다음 글로 넘긴다.

 다행히 사흘째는 다시 날씨가 좋아졌다. 날씨에 민감해지는 걸 보면 확실히 나도 나이를 먹은게지...

 이 날은 저녁에 약속이 잡혀서, 낮에는 적당히 동네를 돌아다니며 산책하기로 했다.


 전의 그 동네 하천을 건너는 다리. 이름은 읽기가 어려웠지만.


 대략 이런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다리였지만, 왼쪽의 정겨운 동네 쪽이 더 끌려서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 소아과 간판은 진짜... 내가 2010년의 일본에 와있는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ㅡㅡ;


 한국과 참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집 주변이 정말 깔끔하다는 것. 작은 공간이라도 참 열심히 치운다. 물론 간혹 지저분한 집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때 주택가가 참 깨끗하다.
 


 한국과 일본은 언뜻 무척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집의 건축 형태나 이런 면에서 미묘한 다른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리창에 달린 저 덧창 같은 것.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다. 


 인상적이었던 어느 집의 현관. 야마모토라는 명패의 개성적인 글씨도 그렇지만, 돌로 깎은 도라에몽이라니...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었다.


 절대로 저런걸 돈 주고 일부러 사다가 장식해 놓은 건 아닐 것 같은 버섯 모양의 도자기 장식품. 아이들이 학교 숙제로 만든 작품이었을까?
 


 평범한 현관도 몇 개의 화분만으로 인상이 참 달라진다. 


 아마도 재활용품 수집함 같은 용도의 철제 구조물. 뉴 하이츠 미에라는 맨션? 혹은 빌라? 의 거주민 외에는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근데 참 희한한 건 그게 반말이라는 것. "~~이외에는 버리지 마!" 라고 쓰여 있다.


 카츠베 씨가 넷상에서 쓰는 닉네임이 JOG이다. 혹시 본인의 스쿠터 아니냐고 물었지만 아니라고(...)


 이름모를 꽃나무였지만 참 예뻤다.


 보통 한국사람들은 일본의 주택가라고 하면 비좁고 답답한 곳이 많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이 동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국보다 오히려 더 넓고 한가로운 느낌.


 작은 문이나 우체통, 그리고 낮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현관 등 여러가지로 너무 마음에 드는 예쁜 집. 솔직히 이뻐서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사진 찍었는데 나중엔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것 아닐까 걱정되기도...


 "스피드를 내지 마라! 애들이 뛰쳐나올 수 있으니 주의" 라고 쓰여있는 경찰서의 주의안내문. 근데 한번 더 말하지만 왜 이런게 반말이냐고... 우리나라 같으면 분명 사람들이 기분나빠 할 듯.


 "한순간의 방심으로 추억이" 어린이가 그린 듯한 불조심 포스터. 누구나 어릴때에 저런 포스터 한두번은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 같지만 인형이나 사진이 그려진 테이블이 웬지 모르게 좀 섬뜩했다.

 
 동네 이발소 옆 구석에 있던 스트라이다 Mk-1.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물건이다.

 저녁이 되어 약속을 위해 신주쿠로 출발. 다니다가 4월에 퇴사한 G모사의 일본지사 사람들과 연락이 되어, 때마침 그쪽의 퇴사자들도 모여서 한잔 하려는데 함께 오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던 거였다. 한편으로는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같은 업무로 연락을 주고받던 회사 동료들이기도 한 셈인데, 그런 사람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되니 참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회사가 본래 프랑스 회사이다보니, 한국지사도 그랬지만 일본지사에도 프랑스인들이 꽤 있다. 이미 꽤 마신상태라 얼굴들은 벌겋고(...) 내 옆에 있는 친구는 제롬인데, 일본 여성과 결혼하여 아주 이쁜 딸을 두고 있다. 참고로 딸 이름은 레오나(...).


 디자이너들과 프로듀서들. 이 회사에서 대개 프랑스인들은 프로듀서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사진에서 옆에 있는 사람은 프레드라는 친구인데 말투가 아주 유쾌한 친구였다.


 한국/일본 관련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알릭스와 프로그래머들. 제롬도 일본어를 잘하지만 알릭스는 거의 현지인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덕분에 영어보다 일본어 쪽이 그나마 편한 나도 일본어로 이야기하곤 했는데, 생각해 보면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도 참 볼만했겠다 싶다.

 이 일본 여행은 처음 보는 곳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던 것도 좋았지만, 많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하며 놀았던 이런 경험이 정말 귀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좋아 덥기까지 했던 첫날이 지나고, 둘째날은 아침부터 흐릿한 날씨. 가이드북에서 하라주쿠와 신주쿠를 우선 목표로 잡아 길을 나섰다.


 날씨마저 흐리자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의 동네 모습
 


 역 이름이 길어서 외우기가 힘들어, 아예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처음 2~3일간은 안 외워져서 고생.


 이 빨간색 + 군청색 조합이 게이오선의 대표색인데, 한국으로 치면 대략 뭐 분당선 같은 느낌? 그래서 도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지역 이름을 말하면 잘 모른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라주쿠 역에서 내려 오모테산도 방면 출구로.


 ...였는데 솔직히 하라주쿠는 내게 너무나 임팩트가 없었다. 스트레이트로 한번 쭉 지나가며 훑어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통과. 차라리 한국 이대나 홍대가 훨 나은 듯 ㅡㅡ; 


 결국 한바퀴 돌아서 나온 뒤 다시 하라주쿠 역 쪽으로...


 나올 때는 몰랐는데 다시 와보니 역 건물 하나는 이쁘길래 한방.


 적당히 길을 걸으며 거리 구경. 오른쪽 아래의 포스있게 생긴 사람이 바로 카츠베 씨. 전에 한국에 왔을 때에는 저 범상치 않은 인상 덕분에 불심검문에도 걸렸다고 함(...).


 벽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특이한 나선계단이 이뻐서 찍었다. 역시나 카츠베씨는 'ㅂ'?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ㅋㅋ


 특정 계층이 열광한다는 스누피타운샵도 구경. 이 건물은 이름은 까먹었지만 스누피샵 외에도 재미있는게 많은 곳이었다.


 레고가 아닌 거였다. 그런 거였다.


 어린 시절의 추억 스머프 시리즈들. 곧 실사 영화로도 나온다지.


 나는 몬헌빠돌이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몬헌 관련 물품에는 눈이 돌아가고 카메라가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은점토 공예. 입문용 스타터 세트라길래 하나 사올까 하다가 그냥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만족.


 은근히 탐났던 미니 디카. 무슨 중국제 불량허접품 비슷한 느낌인데 찍힌다고 한다! 하나 사볼까 하는 강렬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음 ㅠㅠ


 원래 인형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지만 복장이나 악세서리,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게 꽤나 멋져서 몇장 찍어봄.


 적당히 걸으며 시부야로 이동. 다운타운 마쓰모토의 ㅇㅇ한 이야기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사실 난 다운타운은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스니커를 샀던 곳. 당최 일본은 옷이고 신발이고 너무 다 비싸서... 이쁜 건 많은데 선뜻 뭐 하나 사기가 너무 겁난다. 

 비도 쏟아지고 걷기도 많이 걸었던 하루라 피곤해서 둘째날은 이걸로 귀가. 하지만 시부야의 활기찬 분위기는 참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 다시 가도 또 가고 싶은 곳.


 1년 전 여행기를 이제야 쓰는 이 게으름... 혹시나 이 여행기를 기다렸던 분은 죄송죄송.

 아무튼 큰맘먹고 다녀온 일본 여행기를 사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적어본다. 컨셉은 "애매함"(...).



 2주 가량의 일본 체류 기간 동안 오랜 일본 친구 카츠베(勝部)씨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나리타 공항까지 차로 마중나와줘서 고마웠음. 그의 집은 신주쿠에서 게이오(京王)선으로 도쿄를 조금 벗어난 이나다츠츠미(稲田堤)라는 곳이었는데, 한적하고 조용한 좋은 동네였다. 일본에서 살게 된다면 딱 이 정도가 좋을까 싶었던 동네.





 집은 맨션이었는데 바로 옆을 게이오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등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라 웬지 모를 반가움이...
 



 대략 이런 느낌의 맨션.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끝 문이 카츠베씨의 집. 
 

 이나다츠츠미 역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입구. 동네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철과 건널목이 외국인인 나에게는 역시 이채로웠다. 오른쪽 중간쯤에 빨간 간판의 가스토(ガスト)가 보인다. 카츠베씨는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혼자 도쿄를 돌아다닌 적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때는 저 가스토에서 밥을 사먹곤 했다. 요시노야 규동보다는 가스토의 햄버그덮밥 쪽이 더 맛있던 듯.
 

 짐을 풀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일본의 주택가는 정말 조용하다. 조용한 마당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
 


 카츠베씨의 말에 의하면 종종 밤에 술에 취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동네 하천. 높이가 후덜덜인데 저기서 술취해 떨어지면 무사하려나...?
 


 정말 신기했던 초소형 차량들. 나중에서야 안 것이지만 윗 사진의 빨간 차는 넘버가 없어서 공도(공공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다고 한다. 아래쪽의 흰 차는 아마 오토바이 엔진을 달고 있는 듯. 번호판이 오토바이의 번호판이다. 한국에도 4륜바이크 같은게 있긴 하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니까... 
 

 다리를 건너 조금 걸었더니 아주 한적한 동네가 나오기 시작. 이 근처의 풍경과 그 한가로운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20세기 소년 초반부에 나오는 80년대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 카츠베씨는 내가 왜 자꾸 평범한 집들을 찍어대는지 궁금해 했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이런 풍경들 하나하나가 신선했다.
 

 메존일각을 비롯해 다양한 만화와 드라마 등등이 생각나는 전형적인 일본 건물 ㅋㅋ 너무 정겨워서 찍었다.
 

 잔뜩 빛바랜 몬헌 가챠폰 기계. 하긴 로고를 보면 몬헌 1인데 저거 나온게 오래되긴 했지(...).
 


 동네 구경을 마치고 카츠베씨와 함께 시내에 놀러 가보기로 결정, 다시 전철역으로. 이나다츠츠미역의 플랫폼 모습. 뭐 이런 느낌은 한국 전철역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가지 굉장히 놀란 게 있었다.





 바로 이렇게 간판이나 전광판 위에 가시가 잔뜩 달려 있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물론 지상에 개방된 전철역이니만큼 새들이 앉아 배설물을 싸대면 그 처리가 정말 곤란하긴 하겠지만, 그렇게나 새들이 많이 앉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살벌하기도 하고... ㅡㅡ;


 


 신주쿠에서 서점 구경. 타이거 & 드래곤으로 생판 몰랐던 라쿠고가 무엇인지 알게 된 덕분에, 라쿠고 관련 서적 코너에 시선이 멈췄다. 
 

 내용은 전혀 흥미 없었지만 일러스트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동화책. 붓으로 대충 그린 외곽선이 아주 인상적 ㅎㅎ


 신주쿠에는 재미있는 가게가 많았다. 특히 캐릭터 샵이 즐거웠는데, 전부터 좋아하는 우사비치의 초대형 인형을 발견하고 너무 유쾌해서 찍어봤다.


 이건 각종 캐릭터의 홀로그램 엽서. 비슷한 원리로 움직이는 그림을 응용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꽤 있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완전 3D!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사온 도시락을 먹었다. 



 우리들이 김치를 즐겨 먹듯 일본인들은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 생야채와 두부에 깨 소스를 뿌려 먹는데 이게 참 맛있었다. 

 근 10년만에 다시 찾은 일본. 그간 못했던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첫날의 밤이 저물어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