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스크림 3으로부터 11년이나 지난 지금 뜬금없이 스크림 4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꽤나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21세기에 들어 괜찮은 호러 영화를 만나는 일은 점점 더 쉽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은 상당히 즐거운 영화였긴 하지만 코믹터치가 너무 강해서 정말 시원한 느낌을 받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4편의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감독이 누군가부터 확인했던 것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과 같은 찍어내기식 속편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였지만 여전히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을 맡고 있다는 점은 시리즈의 팬으로서 안심하게 되는 부분이었고, 실제로 감상한 본편은 11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여전히 날카로운 호러 영화이자 계속해서 시리즈를 진화시켜 나가는 훌륭한 속편이었다.

 한국에서는 무슨 아이폰 신형도 아니고 생뚱맞게 제목이 "스크림 4G"로 바뀌어 버려 영화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으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원제는 정확하게 "스크림 4"다. 스토리도 전작들로부터 충실하게 연계되며 주요 등장 인물도 그대로 출연하는 정통 속편이므로 안심해도 좋다. 

 대강의 스토리는 우즈보로 마을을 떠나 작가가 되어 유명해진 시드니가 자신의 책 출판 행사를 위해 우즈보로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돌아온 첫 날부터 고스트페이스 가면의 살인마가 다시 나타나고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던 이모와 사촌 질, 그리고 질의 친구들. 옛날 사건들을 함께 이겨냈던 보안관 듀이와 게일은 다시 닥쳐온 살인마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

 예전 시리즈에서도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민감하게 잡아내 적극적으로 반영했던 웨스 크레이븐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는 센스를 보여주는데, 휴대폰과 각종 휴대기기를 통해 직접 영상물을 만들고 바로 인터넷에 올려 방송하는 모습과 그것이 살인마의 범죄 행각과 연관지어지는 과정은 아주 현실감이 넘친다. 이런 기민한 현실 트렌드의 반영은 "슈퍼내츄럴"에서도 자주 보던 모습이지만 이쪽 역시 변함없는 노련미를 뽐내주기에 호러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울 따름. 한마디 덧붙이자면 한국 호러 영화에서 고질적으로 못 따라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 시리즈를 본 팬들이라면 스크림이라는 시리즈가 얼마나 자기 복제와 인용을 적극적으로 해왔는지 기억할 것이다. 2편에서부터 벌써 1편의 사건을 영화화했다는 설정으로 "STAB"이라는 영화 속 영화를 만들어 자기 인용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것이 스크림 시리즈다. 4에서는 이 "STAB"이 벌써 7편까지 나왔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안나 파킨과 크리스틴 벨. 내게는 엑스맨의 로그와 트루블러드의 수키, 그리고 히어로즈의 엘로밖에 기억되지 않지만 ㅋㅋ 이들은 STAB 6편을 보며 신랄한 비평과 조롱을 해댄다. 하지만 그것 역시 STAB 7편의 도입부.  


 우즈보로 마을에서 계속 살아온 사촌동생 질(엠마 로버츠). 미녀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번 4편에서도 발군의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 


 질의 친구인 커티(헤이든 파네티어). 호러 영화 매니아로 히어로즈 때와는 달리 터프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나온다. 다만 갈수록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이 안습... 크리스틴과 나란히 한 영화에 출연한다길래 히어로즈 패러디 씬이라도 나올까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은 없고 유쾌한 대사 한 마디가 있었음. "내가 초능력이라도 쓸 수 있는 줄 알아?" ㅋㅋㅋ


 매컬리 컬킨의 동생인 로리 컬킨. 극중에서는 질의 또다른 친구인 찰리 역으로 나온다. 얼마전 스콧 필그림에서 봤던 키에란 컬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또 다른 동생. 컬킨 집안도 참 Nerd 스러운 분위기로는 일가견이 있는 듯 -_-; 이 사진은 프리미어 행사장의 사진이라 나름 간지가 있는데 영화에서 보면 그야말로 완전 찐따다... 


 우리의 시드니 여사, 니브 캠벨. 73년생이라 이제 30대의 막바지로 달려가시는 나이인데 오히려 20대 때보다 더욱 매력적이 되시는 듯. 극중의 캐릭터도 그간 겪은 경험 덕분인지 차분하고 현명한 백전노장베테랑의 간지를 한껏 풍겨주신다. 

 슬슬 더워지는 6월. 그간 볼만한 영화가 없어 목말라하시던 호러 팬 여러분에게는 간만에 아주 좋은 작품이 될 듯. 여름밤에 맥주 한캔 하면서 보기에 아주 적절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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