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다시 와서 반년 넘게 살다 보니 한동안 잊고 지내던 키덜트 본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아들이 좋아해서 요도바시 카메라 장난감 코너를 자주 데려갔는데 그 와중에 나도 힐끔힐끔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에 재미가 들렸다. 비록 지금 사려면 갖고 놀 시간 + 모아놓을 공간의 부족으로 맘대로 사지는 못하지만, 여기저기 슥 둘러보면서 아 이건 뭐고 어떻게 노는거군 하며 혼자 히죽거리는 것도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여긴 장난감의 천국 일본인지라, 보고 있자면 감탄이 나오고 한국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손에 넣기도 힘들 것 같은 물건들이 그득하다. 이런 것들을 둘러보며 뭘 하고 놀건지 상상하고 계획을 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들이 좀 더 크면 아들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고 노는 것도 재미있을 터이고.


 그렇게 요즘 둘러보며 눈에 밟히던 것들을 좀 추려 봤다. 



한국에서는 90년대쯤에 나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든 각종 공작 키트류와 부품류. 고무줄을 쓰는 고무동력에서부터 건전지는 물론이요 태양광 패널로 움직이는 키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게 없다. 각종 전선이나 LED, 회로 구성용 집게, 꼬마전구, 나사, 기어, 프로펠러, 바퀴 등등 자기 맘대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파츠도 충실. 이런 환경에서 소년시절을 보냈더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어릴 적에 정말 많이 보고 자랐던 옛날풍 박스아트의 프라모델들. 요즘의 화려하고 세밀한 박스아트들은 오히려 너무 자세하고 명확해서 이런 옛날 그림들처럼 두근거리는 맛이 없다. 게다가 저 리얼함이라고는 엿바꿔 먹은 듯한 거대한 톱니바퀴와 드릴. 이것이야말로 80년대 메카의 로망 아닌가. 50주년 기념 한정모델이라고 써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또 말도 안되게 미친듯이 비싼 것도 아닌 납득가는 가격. 아마 이 중의 하나는 조만간 하나 질러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브리 프라모델 코너. 라퓨타 붉은돼지 나우시카 까지만 해도 오오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코난의 공중요새 기간트... 아오... 이딴걸 이렇게 모델로 만들어놓으면 나같은 인간에게는 그야말로 핀포인트 어택이 되는지라.  




거기다 이걸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아니 1943 비행기 모델이라니... 요즘 1943 뭔지 아는 애들 얼마나 되려나? 




그리고 추억의 로보다치! 요즘 새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복각판인 모양.




요건 뭔가 조이드스러우면서도 스타일이 쌔끈한게 멋져서 뭔가 하고 좀 알아보니 고토부키야가 야심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듯. 다양한 여러가지 메카닉이 있는데 다른 것보다 이 블럭버스터라는 놈의 저 둥근 캐노피가 너무 맘에 들었다. 역시 남자의 장난감에는 투명 캐노피가 달린 조종석이 있어야지...




쵸로Q도 복각이 된 모양인데 여러가지로 옛날 맛이 너무 안나는 싸구려틱한 질감에 대실망. 

모름지기 쵸로Q라 하면...


적어도 이 정도 퀄은 나와줘야 하는거 아닌가?


---


아직도 재미있는 게 넘쳐나는지라 차후 또 사진 찍는 대로 갱신할 예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