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정식 발간이 끊긴지 오래인 강식장갑 가이버. 모종의 루트로 32권을 구해서 봤더니 뒤쪽에 작가 타카야 요시키 씨와 맥스 팩토리 대표인 MAX 와타나베 씨의 대담이 실려 있어 번역해 봤다. 언제나 그렇듯 의역과 날림 난무의 번역이므로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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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30주년 돌파 기념 스페셜 대담



타카야 요시키 X MAX 와타나베 (맥스 팩토리 대표)


 2016년을 맞아 연재 개시 30년을 "돌파", 31년째에 돌입한 본 작품. 그 위업을 기념하여, 가이버의 30년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남자, MAX 와타나베가 등장. 타카야 요시키와의 스페셜한 대담이 여기에 실현되었다!


취재&글 / 가이강 야마자키

촬영 / 노구치 탄



극중 경과 시간은 몇 년째?



- 먼저 30주년 돌파라는 것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느낀 감상을 부탁드립니다.


타카야 : 솔직하게 말하자면, 30년이나 할 줄은 몰랐는데...


와타나베 : 아니아니,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30년 지나도 아직도 안 끝난 거냐! 라는 (일동 웃음)


타카야 : 그거는, 당신이 아니라도 모든 독자가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 (웃음) 진짜로, 끝내야지요.


와타나베 : 하지만 30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 30년 계속해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대단하고, 양쪽 다 대단해요. 뭐, 계속 하고 있다는 게 안 끝났다는 거지만요.


타카야 : 여기 저기서 말하고 있지만요, 처음엔 단행본 한권으로 끝난다 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그게 끝나면 에로한 러브코미디를 그려 줘 라고 (웃음)



- 단행본 1권이라고 하면, 제 6화 "대역전! 크로노스 일본지부 괴멸"까지로군요.


타카야 : 역시 전멸시키는 건 무리니까, 일본지부를 박살내는 것으로 막을 내리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이버끼리의 싸움도 제 3화에 들어갔던 거고, 하이퍼 조아노이드도 4화에 나와 버렸고요. 파워업한 적이라는 것은, TV 시리즈라면 2쿨째 정도에서 나오잖아요? (웃음) 그런데, 제 5화의 펜선 작업을 하던 도중에 인기 있으니까 계속 해줘 라는 얘기가 돼 버려서, 좀 더 빨리 말해주지! 뭐 이런. 그때까지 생각해 두었던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들을 다 집어넣어 버렸으니까, 2권 이후는 좀 고생을 했어요. 뭐, 그 꽉꽉 눌러담은 느낌이 좋아서 인기가 있었던 걸까 라고도 생각하지만요.



- 크로노스 12신장은, 흔히 말하는 악의 조직의 간부급 존재로서는 꽤 대규모 조직인데, 장기연재가 되어도 곤란하지 않게끔 일부러 인원을 많게 설정한 것인가요.


타카야 : 당시, 그런 의도도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12명이나 있는데 귀여운 여성 캐릭터는 한 명도 없다는 건, 당시의 저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요(웃음). 누님 계통이라도 좋으니까, 귀여운 여캐를 넣어 뒀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당시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네요. 결국, 이제 몇 명 남았지... 먼저 발카스랑 알칸펠이죠? 신이 있고, 가레노스도 있고요. 그 다음에 2명 더 있으니까 절반 남은 거지만, 뭐 그 두 놈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니까(웃음), 실질적으로는 4명 남았네요.


와타나베 : 우와, 그렇게나 줄었어?


타카야 : 그렇다니까. 꽤나 줄어들었다구요(일동 웃음)



- 그래도 실은 살아있었다던지, 다른 캐릭터가 보충된다던지 하니까요.


타카야 : 맞다, 무라카미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럼 5명이네요. 그래도 쿨메그닉은요, 좀 더 제대로 대접하고 있으니까. 등장할 때도 완전 거물이란 냄새를 풀풀 풍겼었고, 반란파의 리더이니까... 아니, 아직 안 늦었어. 아직 살아 있다구! (웃음)


와타나베 : 규오도, 꽤 이전에 부활했었죠. 붕대 둘둘 말고서.


타카야 : 그렇게 모습을 다시 드러낸 다음에도 꽤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았지만요. 그러고 보면 최근, 규오는 완전 안습이랄까, 계속 도망만 다니는 처지라 독자분으로부터 "저런 불쌍한 규오는 보고 싶지 않다!"라고 클레임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만, 의외로 규오는 꽤 일찍부터 멍청이였어요. 발카스에게 당하거나, 알칸펠에게 쫓겨다니거나, 진땀을 줄줄 흘리면서 쫓겨다니는 부분도 매력이니까,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 아직 계속 활약하고 있고요. 설마 모두들 수신전차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웃음)


와타나베 : 그건 진짜 아무리 봐줄려고 해도... 단지,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극단적으로 강하다던가 멋진 녀석은 없네. 말도 안되게 강하다! 라고 생각했더니 자 버리는 사람도 있고 말이지.


타카야 : 알칸펠은, 맨날 잠에서 막 깬 상태이니깐요. 그래서 뭘 생각하고 있느냐 하면, "...오늘 아침식사는 뭐지" 같은.


와타나베 : 그런 거, 딴지 걸기 힘드니까 그만 둬 주세요 (웃음)


타카야 : 아니, 그래도 실제 그런 느낌이야. 너무 수수께끼 같은 요소가 없어지는 것도 곤란하지만, 최근엔 일상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으니까.



- 테츠로와 함께 게임 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꽤 요즘 스타일.


와타나베 : 그러고 보니, 이야기 중에서는 몇 년이나 지난거야?


타카야 : ...그건 따지고 들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해(웃음).


와타나베 : 에엣, 쇼는 몇 살이 된 거지? 처음엔 16살인가 17살이었잖아요.


타카야 : 아직 20살은 안 됐을 가능성도 있어. 지구 제압 쯤에서 시간이 마구 흘러버리지만, 그때까지는 꽤 리얼타임이었으니까. 단지, 크로노스가 세계정복을 이루고 난 다음엔 갑자기 시간이 확 지나죠. 아까의 게임기 얘기도 그래요. 뭐, 휴대폰이라던지 스마트폰 같은 건, 지금은 안 그리고 넘어가 버리고 있지만(웃음). 스토리에 꽤 영향을 끼쳐 버리거든요.


와타나베 : 앗, 요즘 스마트폰 안 나오는거야? 


타카야 : 그렇다구요. 주인공들은 제어장치를 써서 텔레파시로 얘기할 수 있고, 조아로드들도 사념파가 있다든지 하니까 별로 스마트폰 같은 거 안 그려도 되지만, 테츠로나 아소 같은 애들은 갖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당해도 인기! 전투생물 아프톰



-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씬이라고 말하면, 어느 장면일까요?


타카야 : 이건 역시, 당신이 말해 주는 편이 좋지. 나는 그리는 쪽이니까.


와타나베 : 트라우마로 변신이 불가능해졌던 쇼가, 콰쾅 하면서 부활하는 순간! 이것만은 자신있게 바로 얘기할 수 있어요.


타카야 : ...깜짝이야. 저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부활시켜야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뜨거운 전개가 될까 하고 많이 고민했어요.


와타나베 : 지금 봐도 감동적이에요. 단연 최고의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쇼를 몰아붙이고 몰아붙였던 녀석이, 지금은 친구가 돼 있죠.


타카야 : 맞아맞아, 그 당시엔 아직 친구가 아니었지만, 아프톰이 부활시켜 줬죠. 그런 아프톰도 지금은 꽤나 둥글둥글해졌지만.


와타나베 : 나는, 가이버의 캐릭터들 중에서는 아프톰이 제일 좋아요. 잡초 근성이 장난 아니고, 뭘 해도 안 죽는다고 하는(웃음).


타카야 : 맨날 강한 척 하면서 당하는 역할이지만요(웃음), 어째선지 인기 있단 말이야.


와타나베 : 역시 제일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능력을 추가해 올라왔잖아요. 그러니까 다음엔 어떤 형태가 되고 어떤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어떤 곤경에 처할 것인가 하는 재미가 있죠. 엄청 절묘한 포지션이에요. 결국은, 우리 편이 되고.


타카야 : "엑, 어느 틈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꽤 전부터 말만 그랬다고 할까, 정에 약한 타입이에요(웃음). 아프톰은 뭔가 달관하고 있는 측면이 있기도 하고, 쇼가 점점 인간을 벗어나는 힘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존재에요. 자기 자신도 그랬으니까.



- 와타나베 씨가 아프톰을 좋아하는 건, 맥스 팩토리의 상품 라인업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엘레겐을 동화시켜 포식한 직후의 모습까지 개러지 키트로 낸다던지.


와타나베 : 맞아맞아! 전부 아프톰이니까, 상품명을 구분하는게 어려웠어요(웃음).


타카야 : 그것 때문에 10년 전의 애니메이션 제작 때, 각 형태에 이름을 다시 붙였죠.


와타나베 : 게다가 아프톰은 입체로 만들어도 엄청 재미있으니까, 가이버 사이드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즐겁게 한다라고 하는 점도 있었어요. 아마, 타카야 선생도 즐기면서 디자인 했겠구만 하는걸 알 수 있었고.


타카야 : 그리고, 쇼에게는 없는 요소를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 같은 부분이 있어서, 마키시마나 아프톰은 쇼보다도 마음껏 굴려먹을 수 있는 게 좋아요. 이거저거 저지르는 타입의 주인공이랄까. 남들의 능력을 뺏어서 자기 것으로 한다는 것도, 아무래도 가이버에게는 하기 어려우니까요.



목표는 완결! 연재 31년차의 포부



- 마지막으로, 각자가 31년째의 "가이버"를 통해서 실현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타카야 : 올해든 뭐든 간에, 어쨌든 완결시키지 않으면(웃음). 그리고, 30주년 돌파기념 기획도 준비 중이므로, 그쪽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네요.


와타나베 : 하지만 선생님, 이렇게나 오래 그리고 있으면서도 모티베이션이 떨어지지 않는다는게 대단해요.


타카야 : 그건 진짜 떨어졌는지 안 떨어졌는지 재 본게 아니니까 모르지만(웃음), 조금씩 늙어 가고 있으니까요. 


와타나베 : 아니아니, 늙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다들 안 떨어져 나가고 계속 봐 주고 있잖아요. 최근 몇 권 동안 별로 재미없네 라는 의견이 없는 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천천히 나아가고 있으니까 급격하게 재미있어진다거나 하는 것도 없지만(웃음), 전혀 늙지 않았어.


타카야 : 뭐, 정신연령이 낮은 것 뿐이다 라는 얘기도 있죠. 최근 10년 정도, 몸은 할배가 돼 가고 있는데 머리 속은 미취학 아동 같은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문제라면 문제지만 실은 그게 중요해요. 그 안 맞는 밸런스가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 지도 몰라요(웃음).


와타나베 : 내 경우는, figma에서 가이버 1을 내게 해 줘서, 새삼 잘 됐다 라고 생각해요. 바이오 파이터 콜렉션 MAX는 이미 시리즈가 멈춘지 5, 6년 됐으니까 부활도 어려울지 모르지만, figma라는 형태로 계속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가이버 2F의 개발도 거의 다 됐고요. 그런 호리호리한 녀석을 피규어로 만드는 건 관절의 최소단위랑 연관이 있어서 꽤 큰 일이지만요.


타카야 : 가이버 아이템 제 2탄이라는 것으로 프로포션도 확 좋아졌고, 얼굴도 미인으로 만들어주셔서 멋져요. 꼭 가이버 3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와타나베 : 가이버 3도 형태로는 들어가 있으니까 문제없어요. 옛날처럼 이거든 저거든 다 낸다 라는 식으로는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웃음), 주요 캐릭터의 figma화는 천천히, 원작이 진행되는 것처럼 천~천히 해 나갑니다.


타카야 : 우와, 한방 먹었다! 그걸 들어버리면 이쪽은 신음 소리도 못 낸다고요(일동 웃음).



타카야 요시키


 1960년생. 1985년부터 "강식장갑 가이버"의 연재를 스타트. 이후 30년에 걸친 장기 연재를 계속해서 2015년에 연재 31년째를 맞음. 월간 소년 에이스에서 절찬 연재중. MAX 와타나베와는 서로 가이버의 "입체물"과 "원작", 각각의 제작을 통해 지금도 자극을 주고받는 사이.


MAX 와타나베


 1962년생. 하비 메이커 맥스 팩토리 대표. "바이오 파이터 콜렉션" 시리즈 등으로 가이버를 가장 빨리 입체화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4년에는 "Figma 가이버 1"을 상품화, 이후의 시리즈 전개에 대해서도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아톰이라고 하면 너무나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애니메이션 세대에게는 2003년에 새로 제작된 "Astro Boy 아톰" 이외에는 아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 2003년판 아톰은 개인적으로 나와 같은 70년대생들에게는 좀 씁쓸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내용이나 스토리 전개도 그렇고 아톰의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작화 스타일도 상당히 아동 취향으로 바뀌어 버려서, 처음엔 무척 기대를 했다가 1, 2화 정도를 본 뒤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코가 용서가 안된다(...)


 개인적으로 역시 아톰 시리즈는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80년도판 애니메이션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아톰은 원래 단행본 만화가 원작이고, 1963년 흑백 TV 시절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도 있으니 80년도판이 이른바 "원조"라고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톰의 원작 단행본 코믹스

1963년의 흑백판 아톰 애니메이션


80년도판의 아톰


 아톰이라는 캐릭터와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페니웨이 님의 글을 링크한다.

 아스트로 보이 특집 : 불타는 철완아톰 연대기 -1-
 아스트로 보이 특집 : 불타는 철완아톰 연대기 -2-

 나보다 더 예전에 태어나서 흑백판을 보셨던 분들은 80년도판 역시도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80년도판을 조금 더 자세히 본다면 이 작품을 왜 높게 평가할 수 있는지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80년도판 아톰은 니혼 TV에서 제작된 52화 짜리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다. 80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에서는 70년대의 단순한 연출과 작화 수준을 벗어나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풍부하고 입체적인 작화를 보여주는 90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3화에서 처음 학교에 갔다가 기계 고장으로 폭주하는 롤러코스터 속에 갇힌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첫 활약에 나선 아톰. 초반의 연출은 옛날 애니메이션답게 다소 밋밋하지만 롤러코스터를 따라잡아 빼내는 장면은 속도감과 화면의 밀도가 상당하다. 구조에 성공한 뒤 지면에 추락한 아톰의 어깨가 부서져 내부의 기계 구조가 보이는 장면도 이채롭다. 일본어 원판 영상을 도저히 찾기가 힘들어 영어 더빙판 영상을 소개하는 점은 이해 바란다(...).

 위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지만, 80년도판 아톰은 일단 아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의도적으로 가볍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군데군데에서 보인다. 아톰이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그 힘들어하는 표정이나 부서지고 파손되는 장면들이 굉장히 강조되곤 하며, 배터리가 다 되어 움직이지 못하거나 세뇌되어 적의 뜻대로 행동하게 되어 버리거나 하는 등 아톰의 "로봇"이라는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에피소드들이 꽤나 강렬한 연출로 들어가 있다. 이런 특징들은 이 80년도판 아톰을 단순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의 아이덴티티를 고민하는 원작의 컨셉을 계승한 진중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한다.

 그런 연유로 당시 아톰을 열심히 시청했을 비슷한 연배의 팬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을 터이다. 나 역시도 다수의 에피소드들이 아직까지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몇 편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 눈의 표범 편


 이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에는 선명히 남아 있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몰라서 꽤나 찾아 헤맸다. 외계에서 온 슬라임 형태의 전기생물이 지구를 습격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많은 로봇들이 합체해서 거대 로봇으로 변형하여 이 외계 생물과 싸우는 내용이다. 작은 로봇 여러 대가 유기적으로 합체 - 정해진 2~3대의 로봇이 물리적인 메카니즘으로 합체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들러붙듯이 - 하여 거대 로봇이 되는 묘사가 꽤나 유니크하며, 슬라임이 몸체의 구석구석에 들러붙어 에너지를 흡수해서 합체가 풀려 버리는 장면도 매우 인상깊었던 씬.


 * 로봇 대통령 편


 세계에서 가장 먼저 로봇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그라비아(...응?) 공화국. 그러나 로봇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인간들이 로봇 대통령 리치를 제멋대로 조종해 테러를 일으킨다. 로봇이 과연 인간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인간들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통령과 같은 직책마저 수행할 수 있을까? 다소 황당한 가정이지만 사실상 이러한 물음은 서구의 원조 SF들이 끊임없이 다루었던 주제 중의 하나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러한 철학적인 SF 주제를 어린이들에게도 잘 와닿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연출한 부분은 아주 훌륭하다. 

 대체로 당시에는 인디애나 존스의 해골물 마시기 장면이나 슈퍼맨 3에서 컴퓨터에 의해 과학자가 기계인간이 되는 장면 등, 주인공들의 신체나 인격이 악에 의해 개조당하는 장면이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안겨줬었다. 이 에피소드 역시 다소 수위는 낮지만 같은 맥락에서 무척 임팩트 있는 내용으로, 아직까지 기억되는게 아닐까 싶다.


 * 쌍둥이 우란 편


두 명의 우란이 서로 네가 분신이라고 우기며 부르는 노래.
북미에서 방송되었던 "ASTROBOY"에서는 곡의 저작권 등의 문제로 이 부분이 빠졌다.

 이 80년판 아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던 에피소드. 아톰의 여동생으로 만들어진 로봇 우란은 아톰을 능가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로봇으로, 우연히 격투 대회에 나가서 상대를 가볍게 물리쳐 주목을 받는다. 이를 눈여겨 본 악당들이 우란을 꼬셔서 원할 때에 둘로 몸이 분리되는 능력을 부여해 준다. 부모나 아톰이 모르게 하나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다른 하나는 격투 대회에 나오라는 것이었지만, 몸이 둘로 분리되면서 파워도 절반으로 줄어버린 우란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위기에 몰리게 된다.

 밤에 잠자리에서 분리 기능을 써본 우란. 무서워서 도중에 그만둔다.

처음 봤을때는 충격적이었던 분리 장면. 

분리 완료! (...)


 이 에피소드가 유달리 기억에 남았던 것은,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우란이 분리되는 과정이 기계적인 메카니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치 유기체처럼 분리된 면에서 하얀 거품같은 것이 나오면서 이루어지는 묘사 덕분이었다. 둘로 분리된 덕분에 파워도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획기적 설정이 돋보였음은 물론이다. 


 아톰은 건담과 더불어 일본이 낳은 만화/애니메이션의 아이콘이며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 80년판 애니메이션 이래로 이 훌륭한 캐릭터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이 되지 못했다. 이것은 사실 아톰만의 문제는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그리고 문화 전반의 문제이지만, 특히나 아톰에 추억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CG로 만들어진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보이 아톰". 

CG의 질감은 로봇인 아톰에게 잘 어울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톰이 아톰답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너스로 소개하는 아톰 시리즈들.

충격과 공포의 아톰 실사판 드라마(...)

1959년~1960년까지 마이니치/후지테레비에서 방송된 것으로, 당시에는 총 65부작으로 방영되었으나, 워낙 오래된 나머지 일부 필름이 유실되어 현재 복간된 DVD에는 총 58화 분량만이 들어가 있다.


"마스터 키튼", "몬스터"로 유명한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단행본 시리즈 "PLUTO"에 등장하는 아톰.

원작의 "세계 최강의 로봇" 에피소드를 재해석하여 우라사와 나오키 특유의 스타일로 새롭게 그린 작품으로, 단행본 1권의 이 장면은 왕년의 아톰 팬들을 설레게 했다.


GBA용 액션게임 "아스트로 보이 아톰".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발표에 힘입어 PS2, Wii 등의 기종으로 아톰 게임이 많이 발매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GBA용의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콘솔 게이머들에게 이미 높은 완성도로 인정받고 있는 액션 게임의 명가 트레저가 실 제작을 담당해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며, 단순히 아톰만이 아니라 "불새", "정글대제", "사파이어 왕자" 등 주옥같은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들을 모두 망라하는 방대한 스토리와 연출을 담고 있다. 아톰의 팬이라면, 그리고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꼭 해봐야 할 작품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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