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사흘째는 다시 날씨가 좋아졌다. 날씨에 민감해지는 걸 보면 확실히 나도 나이를 먹은게지...

 이 날은 저녁에 약속이 잡혀서, 낮에는 적당히 동네를 돌아다니며 산책하기로 했다.


 전의 그 동네 하천을 건너는 다리. 이름은 읽기가 어려웠지만.


 대략 이런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다리였지만, 왼쪽의 정겨운 동네 쪽이 더 끌려서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 소아과 간판은 진짜... 내가 2010년의 일본에 와있는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ㅡㅡ;


 한국과 참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집 주변이 정말 깔끔하다는 것. 작은 공간이라도 참 열심히 치운다. 물론 간혹 지저분한 집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때 주택가가 참 깨끗하다.
 


 한국과 일본은 언뜻 무척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집의 건축 형태나 이런 면에서 미묘한 다른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리창에 달린 저 덧창 같은 것.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다. 


 인상적이었던 어느 집의 현관. 야마모토라는 명패의 개성적인 글씨도 그렇지만, 돌로 깎은 도라에몽이라니...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었다.


 절대로 저런걸 돈 주고 일부러 사다가 장식해 놓은 건 아닐 것 같은 버섯 모양의 도자기 장식품. 아이들이 학교 숙제로 만든 작품이었을까?
 


 평범한 현관도 몇 개의 화분만으로 인상이 참 달라진다. 


 아마도 재활용품 수집함 같은 용도의 철제 구조물. 뉴 하이츠 미에라는 맨션? 혹은 빌라? 의 거주민 외에는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근데 참 희한한 건 그게 반말이라는 것. "~~이외에는 버리지 마!" 라고 쓰여 있다.


 카츠베 씨가 넷상에서 쓰는 닉네임이 JOG이다. 혹시 본인의 스쿠터 아니냐고 물었지만 아니라고(...)


 이름모를 꽃나무였지만 참 예뻤다.


 보통 한국사람들은 일본의 주택가라고 하면 비좁고 답답한 곳이 많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이 동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국보다 오히려 더 넓고 한가로운 느낌.


 작은 문이나 우체통, 그리고 낮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현관 등 여러가지로 너무 마음에 드는 예쁜 집. 솔직히 이뻐서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사진 찍었는데 나중엔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것 아닐까 걱정되기도...


 "스피드를 내지 마라! 애들이 뛰쳐나올 수 있으니 주의" 라고 쓰여있는 경찰서의 주의안내문. 근데 한번 더 말하지만 왜 이런게 반말이냐고... 우리나라 같으면 분명 사람들이 기분나빠 할 듯.


 "한순간의 방심으로 추억이" 어린이가 그린 듯한 불조심 포스터. 누구나 어릴때에 저런 포스터 한두번은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 같지만 인형이나 사진이 그려진 테이블이 웬지 모르게 좀 섬뜩했다.

 
 동네 이발소 옆 구석에 있던 스트라이다 Mk-1.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물건이다.

 저녁이 되어 약속을 위해 신주쿠로 출발. 다니다가 4월에 퇴사한 G모사의 일본지사 사람들과 연락이 되어, 때마침 그쪽의 퇴사자들도 모여서 한잔 하려는데 함께 오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던 거였다. 한편으로는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같은 업무로 연락을 주고받던 회사 동료들이기도 한 셈인데, 그런 사람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되니 참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회사가 본래 프랑스 회사이다보니, 한국지사도 그랬지만 일본지사에도 프랑스인들이 꽤 있다. 이미 꽤 마신상태라 얼굴들은 벌겋고(...) 내 옆에 있는 친구는 제롬인데, 일본 여성과 결혼하여 아주 이쁜 딸을 두고 있다. 참고로 딸 이름은 레오나(...).


 디자이너들과 프로듀서들. 이 회사에서 대개 프랑스인들은 프로듀서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사진에서 옆에 있는 사람은 프레드라는 친구인데 말투가 아주 유쾌한 친구였다.


 한국/일본 관련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알릭스와 프로그래머들. 제롬도 일본어를 잘하지만 알릭스는 거의 현지인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덕분에 영어보다 일본어 쪽이 그나마 편한 나도 일본어로 이야기하곤 했는데, 생각해 보면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도 참 볼만했겠다 싶다.

 이 일본 여행은 처음 보는 곳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던 것도 좋았지만, 많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하며 놀았던 이런 경험이 정말 귀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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