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덥기까지 했던 첫날이 지나고, 둘째날은 아침부터 흐릿한 날씨. 가이드북에서 하라주쿠와 신주쿠를 우선 목표로 잡아 길을 나섰다.


 날씨마저 흐리자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의 동네 모습
 


 역 이름이 길어서 외우기가 힘들어, 아예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처음 2~3일간은 안 외워져서 고생.


 이 빨간색 + 군청색 조합이 게이오선의 대표색인데, 한국으로 치면 대략 뭐 분당선 같은 느낌? 그래서 도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지역 이름을 말하면 잘 모른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라주쿠 역에서 내려 오모테산도 방면 출구로.


 ...였는데 솔직히 하라주쿠는 내게 너무나 임팩트가 없었다. 스트레이트로 한번 쭉 지나가며 훑어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통과. 차라리 한국 이대나 홍대가 훨 나은 듯 ㅡㅡ; 


 결국 한바퀴 돌아서 나온 뒤 다시 하라주쿠 역 쪽으로...


 나올 때는 몰랐는데 다시 와보니 역 건물 하나는 이쁘길래 한방.


 적당히 길을 걸으며 거리 구경. 오른쪽 아래의 포스있게 생긴 사람이 바로 카츠베 씨. 전에 한국에 왔을 때에는 저 범상치 않은 인상 덕분에 불심검문에도 걸렸다고 함(...).


 벽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특이한 나선계단이 이뻐서 찍었다. 역시나 카츠베씨는 'ㅂ'?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ㅋㅋ


 특정 계층이 열광한다는 스누피타운샵도 구경. 이 건물은 이름은 까먹었지만 스누피샵 외에도 재미있는게 많은 곳이었다.


 레고가 아닌 거였다. 그런 거였다.


 어린 시절의 추억 스머프 시리즈들. 곧 실사 영화로도 나온다지.


 나는 몬헌빠돌이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몬헌 관련 물품에는 눈이 돌아가고 카메라가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은점토 공예. 입문용 스타터 세트라길래 하나 사올까 하다가 그냥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만족.


 은근히 탐났던 미니 디카. 무슨 중국제 불량허접품 비슷한 느낌인데 찍힌다고 한다! 하나 사볼까 하는 강렬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음 ㅠㅠ


 원래 인형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지만 복장이나 악세서리,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게 꽤나 멋져서 몇장 찍어봄.


 적당히 걸으며 시부야로 이동. 다운타운 마쓰모토의 ㅇㅇ한 이야기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사실 난 다운타운은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스니커를 샀던 곳. 당최 일본은 옷이고 신발이고 너무 다 비싸서... 이쁜 건 많은데 선뜻 뭐 하나 사기가 너무 겁난다. 

 비도 쏟아지고 걷기도 많이 걸었던 하루라 피곤해서 둘째날은 이걸로 귀가. 하지만 시부야의 활기찬 분위기는 참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 다시 가도 또 가고 싶은 곳.


 1년 전 여행기를 이제야 쓰는 이 게으름... 혹시나 이 여행기를 기다렸던 분은 죄송죄송.

 아무튼 큰맘먹고 다녀온 일본 여행기를 사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적어본다. 컨셉은 "애매함"(...).



 2주 가량의 일본 체류 기간 동안 오랜 일본 친구 카츠베(勝部)씨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나리타 공항까지 차로 마중나와줘서 고마웠음. 그의 집은 신주쿠에서 게이오(京王)선으로 도쿄를 조금 벗어난 이나다츠츠미(稲田堤)라는 곳이었는데, 한적하고 조용한 좋은 동네였다. 일본에서 살게 된다면 딱 이 정도가 좋을까 싶었던 동네.





 집은 맨션이었는데 바로 옆을 게이오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등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라 웬지 모를 반가움이...
 



 대략 이런 느낌의 맨션.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끝 문이 카츠베씨의 집. 
 

 이나다츠츠미 역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입구. 동네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철과 건널목이 외국인인 나에게는 역시 이채로웠다. 오른쪽 중간쯤에 빨간 간판의 가스토(ガスト)가 보인다. 카츠베씨는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혼자 도쿄를 돌아다닌 적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때는 저 가스토에서 밥을 사먹곤 했다. 요시노야 규동보다는 가스토의 햄버그덮밥 쪽이 더 맛있던 듯.
 

 짐을 풀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일본의 주택가는 정말 조용하다. 조용한 마당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
 


 카츠베씨의 말에 의하면 종종 밤에 술에 취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동네 하천. 높이가 후덜덜인데 저기서 술취해 떨어지면 무사하려나...?
 


 정말 신기했던 초소형 차량들. 나중에서야 안 것이지만 윗 사진의 빨간 차는 넘버가 없어서 공도(공공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다고 한다. 아래쪽의 흰 차는 아마 오토바이 엔진을 달고 있는 듯. 번호판이 오토바이의 번호판이다. 한국에도 4륜바이크 같은게 있긴 하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니까... 
 

 다리를 건너 조금 걸었더니 아주 한적한 동네가 나오기 시작. 이 근처의 풍경과 그 한가로운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20세기 소년 초반부에 나오는 80년대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 카츠베씨는 내가 왜 자꾸 평범한 집들을 찍어대는지 궁금해 했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이런 풍경들 하나하나가 신선했다.
 

 메존일각을 비롯해 다양한 만화와 드라마 등등이 생각나는 전형적인 일본 건물 ㅋㅋ 너무 정겨워서 찍었다.
 

 잔뜩 빛바랜 몬헌 가챠폰 기계. 하긴 로고를 보면 몬헌 1인데 저거 나온게 오래되긴 했지(...).
 


 동네 구경을 마치고 카츠베씨와 함께 시내에 놀러 가보기로 결정, 다시 전철역으로. 이나다츠츠미역의 플랫폼 모습. 뭐 이런 느낌은 한국 전철역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가지 굉장히 놀란 게 있었다.





 바로 이렇게 간판이나 전광판 위에 가시가 잔뜩 달려 있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물론 지상에 개방된 전철역이니만큼 새들이 앉아 배설물을 싸대면 그 처리가 정말 곤란하긴 하겠지만, 그렇게나 새들이 많이 앉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살벌하기도 하고... ㅡㅡ;


 


 신주쿠에서 서점 구경. 타이거 & 드래곤으로 생판 몰랐던 라쿠고가 무엇인지 알게 된 덕분에, 라쿠고 관련 서적 코너에 시선이 멈췄다. 
 

 내용은 전혀 흥미 없었지만 일러스트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동화책. 붓으로 대충 그린 외곽선이 아주 인상적 ㅎㅎ


 신주쿠에는 재미있는 가게가 많았다. 특히 캐릭터 샵이 즐거웠는데, 전부터 좋아하는 우사비치의 초대형 인형을 발견하고 너무 유쾌해서 찍어봤다.


 이건 각종 캐릭터의 홀로그램 엽서. 비슷한 원리로 움직이는 그림을 응용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꽤 있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완전 3D!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사온 도시락을 먹었다. 



 우리들이 김치를 즐겨 먹듯 일본인들은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 생야채와 두부에 깨 소스를 뿌려 먹는데 이게 참 맛있었다. 

 근 10년만에 다시 찾은 일본. 그간 못했던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첫날의 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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