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작정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꾸준하게 데탑을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아마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GTX1060의 구입이었던 것 같다. 3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한 이 그래픽카드는 정말 엄청난 가격대 성능비를 자랑한 덕분에 최신 게임들도 무리없이 돌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VGA를 업그레이드하고 나니 역시 다른 부분이 모자라 보이는 것.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시스템을 전부 새로 맞추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서 가능한 한 현실적인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게 됐다. 


 당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뭘까 하고 체크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발열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벤치 프로그램으로 체크해 보니 CPU 코어 온도가 거의 7~80도 정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고장 안 난게 신기할 정도. 검색해본 결과 트리니티 쿨러가 좋다고 하여 바로 교체. 덕분에 요즘은 어지간해서는 4~50도 정도고 3D 게임을 돌려도 60도 언저리를 맴돈다. 


 다음으로 부족하다 싶었던 건 램. 8기가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는데 16기가 정도는 맞춰줘야겠다 싶어짐. 2600k 쓰던 시절에 맞춘 컴이라 램도 DDR3이라서 지금 시점에 중고로 알아보니 8기가 업글하는데 4만원. 메모리 늘리고 나서 가장 성능 체감을 기대했던 건 포토샵이었는데 의외로 스파인 작업이 꽤나 부드러워져 놀랐다. 전반적으로 퍼포먼스에 여유가 생긴게 느껴지는게 역시 램은 많고 볼 일이다.


 램과 VGA를 업글하고 발열도 잡고 나니 게임들이 꽤나 잘 돌아가게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되고 보니 더 큰 화면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 이러자면 집의 TV와 컴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봤지만 역시 스트리밍이나 무선 솔루션은 딜레이라던지 연결의 귀찮음이라든지 문제가 많은 것을 깨닫고 그냥 무식하게 졸라 긴 HDMI 케이블을 장만하기로 결정. ebay를 둘러보니 10미터짜리 케이블을 파는 것을 발견하고 냅다 질렀다. 가격은 19달러. 장판 밑으로 깔아서 숨길 생각이었는지라 케이블 모양이 납작한 것도 굿. 선 연결에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어쨌든 TV에 연결해서 PC의 모든 화면을 바로 49인치 TV로 쏠 수 있게 됐다. UHD인 덕분에 지원되는 게임들은 4K 해상도까지 올릴 수 있는 것도 Good. 


 이렇게 되고 나니 주변기기도 편하게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키보드는 무선 애플키보드로, 유선 360패드는 XBOX ONE S 무선 블루투스 패드로 바꾸고 마우스도 블루투스 무선으로 바꿈. 애플 키보드는 요즘의 얄쌍한 놈이 아니라 옛날 아이맥에 딸려있던 묵직한 놈인데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색깔이 검은색이었으면 최고였겠지만 어쩔 수 없지. 패드도 꽤나 만족스럽긴 한데 모처럼 달려있는 이어폰 단자가 블루투스 연결시에는 사용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좀 김이 샜다. 보니 블루투스 연결 모드와 리시버 연결 모드가 완전히 별개 취급되는 듯. 결국 리시버를 새로 또 구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연결해놓고 밤에 아들이 잠들면 무선으로 사운드 들으면서 게임하는 맛이 썩 좋다.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환경을 만들어놓고 나서는 가진 게임들을 전부 재설치하고 패치나 DLC 등을 설치해서 원활하게 돌리는 정비를 근 몇달간 계속 하는 중. 근데 이걸 하면서 깨달은게 나이 40먹고서는 이렇게 해서 게임 잘 돌아가는 환경 만드는 게 게임 자체를 플레이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물론 시간 여유가 되면 게임도 진득하게 붙잡고 하겠지만 적어도 애 잠잘시간 아니면 게임할 시간이 없는 이 시점에서는 그렇다. 새로 게임을 사면 싹 정비한 컴 환경에서 돌려보고 잘 도는 것을 확인하는게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가끔은 20대 때 진짜 몇 시간이고 푹 빠져서 플레이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빨리 아들이 좀 커서 같이 게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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