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나는 2012년 6월에 프랑스계 일본 게임 개발업체에 취업하여 2014년 7월까지 2년 2개월 정도를 일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2D 게임 그래픽 아티스트였고 그 전까지 계속 한국 업계에서 일했었다. 내 경험이 모든 업계의 모든 직종에 대해 설명해줄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순수한 일본 회사가 아니라 외국계 회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못한 부분도 꽤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안에서 한국의 취업 상황만 경험해본 것과는 많은 차이점을 느꼈고 그런 것들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알 필요는 있다고 생각되어 좀 적어 보려고 한다.


2. 무엇이 필요한가


 일단 한국인이 일본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당연하지만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라든지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 나는 대학을 1년만 마치고 바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졸업장이 없다. 이 경우는 일본 취업을 하려면 10년 이상의 경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연금이나 보험 등 한국에서 공적으로 증명이 되는 기록이 남아야 한다. 프리랜스나 외주하면서 보낸 기간이라면 좀 증명이 골아프다. 굳이 그걸 경력에 넣고 싶다면 페이를 준 클라이언트 측에서 세금을 납부한 기록을 국세청에서 떼오던가 해서 증명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직장의 월급과는 달라서 일한 기간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가 없다. 보통은 비자 심사 때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는게 좋다. 나도 일본 취업시 이 부분이 문제되어서, 제대로 취업되어 일한 기간을 간신히 10년 채워 취업이 가능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가능한 한 크고 좋은 회사에 가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도 그런대로 규모가 있고 알려진 회사였고 외국계라 외국인 직원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예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여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던 덕분에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처음부터 3년의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취업 비자와 함께 또 한 가지 당연하게 필요한 것은 일본어 능력이다. 외국계 회사였음에도 실제 회사의 실무진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었으며 이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의사소통하며 지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일본어가 필수적이었다. 아직까지 일본 역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외국 생활을 회사에서만 보내는 것이 아니기에 회사 밖에서 제대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본인들과 부대끼며 지내야 한다. 혼자 일본에 가서 몇년씩 살아도 될 정도의 일본어는 익힌 후에 가는 게 좋다고 본다.


3. 일본 취업 시장의 현실


 이상의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 무사히 다 해결된다면, 2014년 현재 한국보다 훨씬 형편이 좋은 일본의 취업 시장이 당신 앞에 열리게 된다. 물론 어디나 좋고 나쁨이 있는 법이라, 일본에서도 이른바 블랙 회사라고 불리는 악덕 기업이나 힘들고 급료가 짠 일자리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전반적인 관점에서 라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감명받았던 것은 헤드헌터와 파견직의 존재였다. 물론 헤드헌터와 파견직이라는게 한국에도 있긴 하다. 대부분의 것들이 한국에도 대부분 외형적으로는 존재하는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참 한국과 다르게 충실하다.


 뭔가 대단히 화려한 경력이나 전문 스킬을 갖고 있지 않아도, 일본에서는 일반 사무직의 수요도 많고, 이런 수요들을 많은 헤드헌터들이 관리하며 일자리를 찾는 일반인들과 연결시켜 준다. 윈도우를 켜고 문서 작성과 오피스, 메일 정도만 가능한 일반 사무직도 얼마든지 헤드헌터의 소개를 받으며, 이들은 단순히 한번 취업하면 그걸로 끝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개시켜준 사람을 계속해서 관리해준다. 취업이 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회사의 상황과 근무 조건을 체크하고, 내부적으로 업무량이 부당하게 많다거나 인간관계에서 트러블이 심하다거나 하면 중간에서 회사의 부장이나 높은 사람들과 상담하여 조정을 해주고 다리를 놔준다. 취업한 근로자 본인이 불만을 직접 말하고 회사와 껄끄럽게 싸워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힘들다거나, 회사를 옮기고 싶다거나 해서 그만둘 때에도 헤드헌터는 계속 함께 상담해주고 협의를 도와주며, 그만두고 나면 새로운 회사를 알아봐 준다. 헤드헌터 본인이 전직하거나 그만두게 되면 당연히 후임에게 자신의 담당 고객을 인수인계 해준다. 이런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파견직으로 근무하며 살아간다. 회사에서 짤리거나 하는 일은 사실상 쉽게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나도 사실상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본 취업시장의 건강함은 취업 정보 사이트를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취업 정보 사이트 중의 하나인 리쿠나비(http://www.rikunabi.com/)를 들여다보자. 우선 들어가면 이른바 신졸(대학 졸업하고 첫 취업)자들을 위한 '리쿠나비 2016', 이미 취업한 경험이 있는 사회인들을 위한 '리쿠나비 넥스트', 파견직들을 위한 '리쿠나비 파견', 약제사들을 위한 '리쿠나비 약제사', 대학/단기대학/전문학교 진학을 위한 '리쿠나비 진학' 등의 세세하게 나뉘어진 서브 사이트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경력자이므로 리쿠나비 넥스트에 가입을 했는데, 사이트에 가입하면 역시나 단순한 카테고리 검색 같은 게 아니라 경력 면담 예약 담당자가 붙으며, SPI 테스트를 통해 적성 검사를 해주고, 메일로 일정을 잡아 전화 면담을 하게 된다. 이 담당 어드바이저는 구직자의 경력과 적성을 확인해주고, 채용 정보를 알려주고 구직활동 전반적인 상담을 해준다. 이렇게 '사람'이 직접 밀착 케어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구직자들에게는 얼마나 마음이 든든해지고 수고를 덜어주는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전문 스킬을 가지거나 다른 곳에서 경력이 있다면 대우는 더욱 더 크게 좋아진다. 최근 점점 더 각광받고 있는 링크드인과 같은 경력관리 사이트에서는 자신의 프로필과 이력만 제대로 등록해도 구인 활동이 아주 활발하다. 이전 링크드인에 대해 알게 된 뒤 가입 후 귀찮아서 프로필 페이지에 위의 외국계 회사에서 Lead Artist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력만 간단히 적어 놓았는데도 메일로 '좋은 자리가 있으니 괜찮다면 상담하게 해주십시오' 이런 연락이 몇 번씩이나 왔다. 









 헤드헌터만이 아니라 사진에서 보듯 현업 일선의 회사로부터도 아주 적극적인 컨택이 온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와 있는 현재에도, 일본어를 할수 있고 경력이 있다면 국제 전화를 걸어오면서까지 면담을 하고 상담을 하며 인재를 스카웃하려고 한다. DeNA는 메일에 답장을 하자 바로 전화 면담 일정을 잡고, 약속한 날이 되자 제 시간에 바로 채용 담당 리더가 국제전화를 걸어와 깜짝 놀랐다. 사실 일본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일에 바빠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고 있던 회사였는데, 막상 이런 스탠스를 보고 흥미가 동해 홈페이지에 들어가 채용 조건 등을 살펴보니 놀랍다.


 https://career.dena.jp/job.phtml?job_code=413 

 


 DeNA의 아트 디렉터 직무 구인. 이 정도의 복지와 혜택이 있는 회사가 알아서 인재를 찾으러 저렇게 보다시피 적극적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게 일본 기업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 땅에 애착이 있고 다시 돌아와 여기서 잘 행복하게 내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한국의 취업 사정이 너무나도 암울하고 구직자, 인재를 대하는 자세와 적극성이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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