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방송이 넘쳐나는 일본 TV의 특성상 비슷비슷한 방송도 많고 그 와중에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무리한 설정이나 진행을 하는 방송도 많다. 그러다보니 진짜 볼만하다 싶은 방송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방송 몇 가지를 꼽아본다.



1. 크림 퀴즈 미라클 9 (TV 아사히,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개그콤비 크림스튜 우에다가 진행하는 퀴즈방송. 한때 상식 개그맨 캐릭터로 어필했던 우에다가 그 이미지를 살려 진행을 맡고 있다. 콤비임에도 파트너 아리타는 패널로서 퀴즈에 참가하는 게 특징. 기본적으로 연예인 9명씩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퀴즈로 대결을 펼치는데, 멤버들을 3x3 패널에 대응시켜서 빙고게임과 비슷한 룰을 적용하거나 특정 시간 내에 릴레이로 퀴즈를 풀게 하는 등 일본다운 참신한 퀴즈 룰이 인상적. 다만 결과적으로는 대체로 아리타 팀이 진다. 고정 멤버 중에 거의 맨날 틀리거나 삽질하는 멤버가 끼어있어서...



2. 행복 봄비 걸 (닛테레, 매주 화요일 저녁 10시)




 아직까지 낡고 오래된 집들이 많이 남아있는 일본. 경제 불황으로 젊은 층의 생계가 불안해지고 있는 것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 덕분에 어딘가 문제가 있거나 요즘 기준으로 살기에 썩 쾌적하지 않은 대신 집세가 싼 "와케아리붓켄"(訳あり物件)에서 사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 집안과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레귤러 멤버들이 각각 맡아 진행하는 몇 가지의 고정 코너가 있는데 가장 재미있는 것은 스즈키 사와(鈴木砂羽) 아줌마와 DAIGO가 진행하는 탐방. 


 참고로 제목의 봄비(본비)는 일본어로 가난뱅이를 의미하는 빈보(貧乏)라는 단어를 살짝 바꾼 말장난인데,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된 말장난 단어로서 90년대에 인기있었던 도태랑전철 게임에서도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가난과 불행을 안겨주는 NPC 캐릭터로 등장한 적이 있다. 올드게이머라면 아하! 싶을 단어.





 이 아줌마가 스즈키 사와. 본업은 배우로서 왕년에는 "사랑의 신세계" 등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분. 지금은 조금 촐랑거리는 아줌마 탤런트 캐릭터로 어필 중인데 그 매력이 제일 잘 살아나는 것이 이 "봄비 걸"이라고 하겠다.





 대체로 이 방송에서 찾아가는 집들이 낡고 구조가 골때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화장실이나 욕실 등도 애매한 구조가 많고, 그걸 보여줄때마다 이 아줌마는 꼭 이런 요상한 몸개그를 선보인다(...).




 오른쪽이 DAIGO. 본업은 록밴드 가수이지만 한국에선 아마 버라이어티 탤런트로 더 널리 알려져 있을 듯(...). 보통은 약간 나사 빠진 듯한 캐릭터이지만 그런 DAIGO가 멀쩡해 보일 정도로 비상식적인 집과 거주자가 나오는 방송이라 그 갭을 보는 것이 재미. 대체로 이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수입도 엄청나게 적은 경우가 보통이라 식생활도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데(예: 하루에 센베이 한개, 참치캔 하나를 활용한 말도안되는 요리 바리에이션, 직접 잡은 물고기 말림 등등...), 이런 음식들을 제작진의 반 강요로 인해 일일이 먹어보는 DAIGO의 반응도 꽤나 재미있다. 




1인분 199엔의 요리(...)




두부 위에 우마이봉을 부숴서 끼얹어 토핑(...)



참치캔 부침개. 재료비 72엔(...)


 이외에도 외딴 외지 섬에서 폐가를 개조해 혼자 사는 기획이나, 모리 이즈미가 방을 자기 맘대로 개조하는 기획 등등이 있는데 위 두 코너에 비하면 그다지 재미없으므로 비추천.



3. 츠루베의 가족에게 건배(NHK,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만담가 출신 탤런트인 쇼후쿠테이 츠루베(笑福亭鶴瓶)가 지방을 돌아다니며 시골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송. 단순히 일본의 각지를 소개하는 방송은 일본 TV에 널리고 널렸지만, 츠루베 영감님 본인의 느긋하고 넉살좋은 캐릭터로 인해 맛깔나는 방송이 된다. 흔히 리포터를 맡는 개그맨들처럼 개그나 말장난에 의존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토크를 끌어내기 위한 장난이나 연출 등도 없다. 오로지 츠루베 본인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구수한 진행이 일품. 진솔하게 각지에서 만나는 가족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 언뜻 보면 정말 이런 프로그램 어디서나 볼 수 있지 않나 싶지만, 가만히 보고 있자면 눈요기와 농담, 가벼운 진행으로 가득한 타 방송들과는 질이 다르다. 



 아마 한국에선 이 영감님을 대체로 타이거&드래곤의 야쿠자 보스로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데, 2009년 12월 방송에서는 바로 그 타이거&드래곤의 니시다 토시유키 영감님이 게스트로 등장, 팬으로서는 감동의 캐스팅이 되었다.


 

 생각나면 다음에 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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