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나 기다린 몬헌 신작! 간단하게 감상 정리.


* 전체적으로 이전작들의 아쉬운 점을 잘 보완한 수작. 충분한 제작기간을 가졌기 때문인지 볼륨도 충실하고 새로 추가된 액션들이 게임성을 보다 낫게 잘 진화시키고 있다. 보통 점프액션과 등타기만을 이번작의 특징으로 보는데, 사실 이것은 이번 작품의 큰 변화 중 한 가지일 뿐 이게 전부가 아니고 전체도 아니다. 


*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사실 베이스적으로 공간이 아주 잘 구현돼 있는 게임 중 하나였지만(높은 곳에서 아래를 날고 있는 리오레우스에게 페인트볼을 던졌을 때 페인트볼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아래로 떨어지고 좌표가 리오레우스에 맞으면 확실하게 페인트볼에 맞는 것으로 처리된다. 공간좌표가 눈속임이나 플레이어 주변 공간만을 적당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 공간에 걸쳐 잘 인식된다는 뜻이다) 엔진의 한계상 그런 부분이 게임성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어디서 싸우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공격 전개와 동선은 평면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고 몬스터 역시 그 평면 공간을 기준으로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며 공격하곤 했다. 예를 들어 약간 높은 땅 위에 서있는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노릴 때 아래 땅으로 뛰어내리면 몬스터는 바로 플레이어를 공격해오지 못하고 우선 날아서 아래 땅으로 이동한 뒤 다시 플레이어를 노린다. 

 물론 이것이 너무 뚜렷하면 게임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초대 몬스터 헌터부터도 브레스 등의 원거리 공격이 이러한 인공지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들어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이 방식은 몬스터헌터, 도스, 포터블, 포터블2까지도 변함없이 계속 이어져 왔고, 이러한 공간 개념에 비로소 수정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이 트라이의 수중전이다. 트라이의 수중전은 말 그대로 360도 전방위 시점을 제공했으며 몬스터 역시 그에 맞게 상하좌우 어디서 어떤 각도로든 공격해 온다. 다만 이것은 수중전에 한정됐을 뿐더러, 수중에서도 플레이어 캐릭터의 공격모션은 지상모션에서 크게 변하지 않아 정작 플레이어는 몬스터만큼 능동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며 싸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제작진은 이 점을 인지하고 4에서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컨셉을 잡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아주 적절한 판단이 되었다.


4에서 몬스터는 이제 플레이어 캐릭터와의 평면 구분을 전혀 개의치 않고 어디서든 정확히 플레이어를 노려 공격해 온다. 단차가 있는 부분에서도 몬스터는 높은 땅과 낮은 땅을 동시에 딛고 경계면에서 기우뚱 선 채로 공격해오기도 한다. 비룡들은 절벽 위에서 날아 바로 플레이어에게 덮쳐오기도 하고, 낮은 곳에서 이쪽으로 향해 돌진하는 몬스터들은 지형에 가로막혀 멈추지 않고 펄쩍 뛰어올라 덮치기도 한다. 

 대조적으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공격 모션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 크게 변화된 부분은 없다. 이미 오랜 시간 다수의 작품을 거쳐 검증되고 굳어져 온 무기별 특징과 공격 모션들이므로 이것을 섣불리 다 뒤엎어 버리면 게임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그렇다면 플레이어 캐릭터는 높은 곳 <-> 낮은 곳 사이의 공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 제작진이 내놓은 답이 점프 공격, 그리고 점프 공격에서 이어지는 등타기인데, 이는 게임을 잘 알고 있는 본가 제작팀이기에 가능한 해결책이었다고 본다. 

 

* 이런 특징 덕분에 지형을 숙지하는 것은 이전 시리즈보다도 더욱 중요한 일이 됐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을 파악하고 단차 점프가 가능한 방향으로 적을 유도하며 싸워야 한다. 더우기 이번작은 배경에 동적 오브젝트들이 많아서 더욱 지형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리오레우스의 둥지 바닥은 타격을 입으면 기울어지고 바닥이 꺼져 내려앉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둥이나 단차, 장애물등이 몬스터의 공격으로 인해 부서져 없어져 버린다. 경사진 곳에서 몬스터의 독액이나 폭발 점균 같은 액체류의 공격 수단들은 지형을 타고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거나 퍼져나간다. 경사면에 서 있으면 플레이어 캐릭터 역시도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격룡선이 공격으로 인해 들릴 때에는 R 버튼을 눌러 매달리지 않으면 미끄러져 배 밖으로 튕겨 날아가버린다. 일본의 3D 액션 게임 중에서 이 정도로 지형과의 상호작용을 세밀하고 철저하게 구현한 게임은 많지 않다. 많은 유저들이 말하듯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이제서야 제대로 된 게임성의 진화를 이뤄냈다. 


* 그래픽에 대해 발매전부터 말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전작 3G에 뒤지지 않는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다. 이번 4에서는 보다 본격적인 그래픽 기법들을 상당히 많이 도입했다. 반사, 범프맵핑 및 블룸, HDR, 모션블러, 심지어는 셀프 섀도우까지 들어가 있다. 다만 스펙에 한계가 있는 3DS에서 이런 기능들을 모두 넣으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폴리곤 수와 텍스처의 해상도가 꽤 낮아져 버렸으며, 이것이 스크린샷으로 공개되던 시절에 그래픽이 구리다고 욕먹은 이유이다. 



배경 텍스처가 좀 심하긴 하다...


 그러나 실제 움직이는 화면으로 몬스터와 싸우고 있을 때에는 이 저해상도 텍스처가 아주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며, 오히려 추가된 각종 그래픽 효과 덕분에 박력넘치고 리얼한 화면을 보여준다. 가장 멋진 것은 역시 셀프 섀도우다. 이 효과는 거치기용 고스펙 3D게임에서도 빠지는 일이 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한 처리인데, 3DS는 하드웨어 지원으로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비록 해상도는 낮을 지언정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리얼한 명암을 보여준다. 

 특히 반사 효과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보이는데, 범프 맵핑 및 반사 효과로 인한 몬스터의 리얼한 질감은 물론이거니와, 빙해 스테이지의 배경 얼음의 반사나 고인 물의 배경 반사 효과는 아주 리얼하고 충실한 공간감을 표현해준다. 이런 부분의 묘사에 대해서는 정지 스샷이나 저화질 인코딩 영상을 아무리 봐도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직접 본인이 3DS 화면을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반사효과가 가장 멋들어지게 들어간 빙해 스테이지. 배경의 얼음 하나하나에 반사되는 표현이 일품.


 다만 위에도 언급했듯 상당히 인상적이고 퀄리티 높은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이해가 안 갈 정도로 퀄리티가 심하게 낮은 배경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특히 고저차 필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오브젝트가 그러한데, 퍼포먼스나 스펙의 문제라고 보기엔 좀 이상할 정도로 퀄리티가 낮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후속작에서 개선을 희망하는 바이다. 



해상도가 낮거나 도트가 튀는 것 이전에 이렇게 단순명쾌하게 패턴이 반복되는 건 데빌메이크라이 2 이후로 실로 오랜만인 듯. 전체적으로 기둥과 벽, 덩굴 텍스처는 심히 까여도 할 말이 없다.



보통 배경 벽이나 기둥을 오르기 위해서 덩굴이나 거미줄 등을 묘사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100% 저해상도인 덕에 근접하면 이렇게 퍼져버린다.



* 난이도와 AI, 게임 컨텐츠 구성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난이도 상향이다. 가장 큰 문제는 몬스터들의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과 더욱 더 심해진 몬스터 동작딜레이 감소 / 플레이어 동작딜레이 증가이다. 물론 시리즈가 거듭됨에 따라 유저들의 경험 및 노하우가 올라가서, 이젠 웬만큼 어렵지 않으면 바로 유저들에게 신나게 털리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지만, 캡콤이 스파2시절부터 반복해오던 문제 중의 하나는 모든 유저들이 그렇게 극한의 플레이를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갈수록 이렇게 고급지향적으로 난이도를 올려가면 결국 초심자는 이탈해버리고 하드코어 유저만 남아버리는, 대전격투 게임의 쇠퇴와 같은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몬스터헌터는 휴대기 시리즈 최초로 자체 인터넷 멀티플레이 모드를 탑재해, 언제 어디서나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멀티를 할 수 있어 좀 더 파티를 짜서 도전하기 쉬워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용납하기엔 상위 몬스터의 난이도 상향과 플레이어 캐릭터의 너프가 너무 심하다. 캡콤이 다음작에서는 조금 더 폭넓은 유저에게 먹힐 수 있는 기획을 해주길 빈다. 


* 이번 4에서는 싱글 모드가 꽤 충실해졌는데, 전작들의 존재감 미미한 싱글 모드에 비해 이번에는 각종 버프수단(고양이 식사, 마을 재료조달)의 강화단계를 엄청나게 쪼개놓고 그 파워업을 전부 싱글 모드 클리어에 순차적으로 때려박아놨다. 어려워진 집회소 상위 퀘스트 난이도와 함께, 이번작에서는 최소장비만 만들어서 집회소를 먼저 싹 뚫고 좋은 장비를 맞춘 뒤 마을 싱글퀘를 한번에 쓱 훑어버리는 플레이가 많이 어려워졌다. 특히 농장의 부재 및 평범하게 재료를 팔아주는 교역상인이 없어지고 용인상인에게서 현재 가지고 있는 재료만을 불릴 수 있게 되어 소재의 조달도 많이 어려워진 탓에, 어지간하면 싱글 모드를 어느 정도 클리어해서 소재 조달 및 버프 효과를 최대한으로 올린 뒤에 집회소에 도전하는 것이 속편하다. 다만 이러한 싱글 모드 및 버프효과 강화의 전개, 그리고 발굴퀘스트 등등의 UI 설계와 플로우가 꽤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않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처음 하는 유저들은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하는지 헤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발굴퀘스트와 스토리 진행을 다 엮으려고 욕심을 많이 부린 것 같은데, 다음작에서는 좀 더 세련되고 알기 쉽게 UI를 설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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