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나 호러 팬들이라면 이른바 "신체 강탈자" 시리즈를 잘 알 것이다. 1955년에 잭 피니에 의해 씌어진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1956년 돈 시겔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 1986년 필립 카우프만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 1993년 아벨 페라라의 "신체 강탈자", 2007년 올리버 허쉬비겔의 "인베이전"에 이르기까지 무려 네 번이나 영화화된 인기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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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원작에 기반한 시리즈들만 해도 할 이야기가 차고 넘치지만, 이 시리즈에 번외편이라고 할지 외전이라고 할지, 아무튼 돌연변이 변종 영화가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름아닌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1998년작 "패컬티"의 이야기다. 물론 패컬티 자체는 꽤 알려진 영화이지만, 이 작품이 신체 강탈자 시리즈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몰랐던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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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컬티 역시도 외계 생물이 지구에 내려와,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을 하나씩 차례차례 죽이고 그 신체를 똑같이 복제하여 그 사람인 척 하며 점점 세력을 늘려 나간다는 기본 스토리는 같다. 다만 감독이 감독인 만큼(...) 기본 설정들을 비롯하여 주요 스토리 전개를 완전히 멋대로 비틀어 버린 나머지, 원작 시리즈들과는 전혀 이미지도 느낌도 다른 문제작이 되어버렸다. 물론, 로드리게즈 특유의 블랙 유머와 B급 바이올런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멋진 영화임엔 틀림없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만, 아무래도 98년도 영화이다보니 지금 보면 유명한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점이 아주 즐겁다. 천천히 되새겨 보도록 하자.




 조쉬 하트넷 - 주인공 지크 역


볼펜에 수제 마약을 채워 갖고 다니며 불법 장사를 일삼는 악동 지크 역을 맡았던 조쉬 하트넷. 이제는 이렇게 중후한 아저씨가 되었지... 







로버트 패트릭 - 조 윌리스 코치 역


터미네이터 2의 T-1000으로 유명한 그 아저씨. 영화에서 제일 처음부터 외계인에게 당하는 코치 역으로 나온다.

흑백 사진은 옛날 오락실 액션게임을 영화로 만든 "더블 드래곤" 시절의 악역 모습. 나이가 드시니 T-1000 시절의 호리호리한 모습은 어디가고 후덕한 중년이 되신 듯.







엘리야 우드 - 케이시 코너 역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 프로도 역으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엘리야 우드. 여기에선 왕따 학생 케이시 역으로 나온다. 

영화 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백 투 더 퓨처 2의 미래 오락실에서 등장하는 꼬마나 씬 시티의 살인마 역으로 등장하던 모습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조다나 브루스터 - 델리아 프로핏 역


지금 와서 이 영화를 다시 보며 깜짝 놀랐던 배우. 분노의 질주 5 - Fast Five에서 여주인공 미아 역으로 등장했던 바로 그 언니 되시겠다. Fast Five에서는 파나마 출신인 만큼 남미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여인으로 성장했지만 패컬티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나는 그냥 이쁜 미쿡 처자.





숀 하토시 - 스탠 로사도 역


깜짝 놀랐던 배우 2. PM 11:14에서 힐러리 스웽크와 함께 똘끼 충만한 양아치 역을 맡아 열연했던 숀 하토시가 패컬티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로라 해리스 - 메리베스 루이스 허친슨 역


패컬티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를 맡은 로라 해리스. TV 드라마 시리즈나 호러, 스릴러 시리즈에 많이 출연해온 캐나다 출신의 76년생 아가씨.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호러 팬으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만한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그 중 이색적인 것은 미국판 TV 애니메이션 "DartStalkers"에서 펠리시아 역의 성우를 담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






팜케 젠슨 - 버크 선생 역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진 그레이 - 피닉스 역으로 열연했던 팜케 젠슨 누님이 이 영화에서는 여선생으로 등장. 워낙 인상이 강한 나머지 강한 배역을 많이 맡으셨던 분인데 패컬티에서는 안경 덕분에 이미지 변신 하신 듯. 호러 팬이라면 즐겁게 봤을 영화 "헌티드 힐"에서도 저택의 안주인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신 바 있다. 








셀마 헤이엑 - 로사 선생 역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프리다 등등 굵직한 영화들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멕시코 출신의 미녀배우. 패컬티에서는 조금 촌스러운 꽃무늬 원피스를 걸친 양호 선생님 역할로 나온다. 영화가 영화인 만큼 셀마 헤이엑이 연기력을 펼칠 부분이 그닥 없었다는 게 좀 아쉽달지.


예전에 이 영화를 봤던 분들이라도 요렇게 배우들에 조금 집중하면서 다시 보면 더욱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신체 강탈자 시리즈 신작은 안 나오려나? 인베이전이 워낙 말아먹어서 가능성이 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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